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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ara Jan 07. 2022

팔둘레 안의 이야기-연필

흔한 만큼이나 특별하다

연필은 깎아서 쓴다. 새삼스럽지만 그것이 연필의 특별함이다. 볼펜도 만년필도 사용다고 모양이 변하지않는다. 흑연이 나무 안으로 숨어들면 연필에 칼을 대야 한다. 글이 생겨나며 연필은 짧아진다. 글쓰기는 흑연처럼 깜깜한 머릿속 생각들을 날카롭게 벼려내는 일, 생각이 줄어들고 글자가 늘어나는 일이다. 래서 연필 쓰기는 글쓰기와 닮은 구석이 많다.

연필은 자기를 없애 글자를 남긴다. 모든 연필은 글로 화할 준비를 마친 채 곧게 서 있는 순교자다. 소멸을 통한 창조. 연필을 사용하는 일은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각사각 쓰는 느낌이 좋다. HB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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