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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May 11. 2023

금호언니

또는 3동아우, 702호네!

"금호언니~ "

불려지는 금호언니는 귀가 어둡다. 보청기는 진작에 갈았어야 했다. 금호언니를 애타게 부르는 그녀는 702호다.

금호언니나 702호는 아침 해가 올라온 시간에 집안일을 마치고 공원을 걷는다. 그녀들은 모두 공원 동기다.

작은 동네 공원은 시간대별로 동기들을 만든다.


멀리서 3동 아우가 팔을 휘저으며 "여기요!" 금호언니를 같이 불러준다.

금호언니는 아직도 두 명의 동기들이 목청 높이 부르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 언니! 금호언니~" 이번에는 둘이 마음을 합쳐 함께 불러 보지만 길 건너편 정자에 앉아 있는 금호언니는 알아채지 못했다. 이번엔 지나치는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이 모두 간절히 그녀가 두 사람의 소리를 알아듣기를 원하며 마음을 모은다.



" 금호언니, 여기 여기 좀 보라고! 아이고 정말,, 전혀 못 듣네"


두 어살 어린 3동 아우가 못 참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드디어

"언니!"

소리가 아니라 어깨에 닿은 3동 아우의 손에 금호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가움에 고개를 돌린다.

"어이구, 동상"

"언니는!! 아까부터 얼마나 불렀는데. 아이고!"

" 저기 702호 언니도 왔어요." 아우의 손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린다.


정자의 건너편 작은 연못을 가리키는 702호의 팔 동작에 금호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한다.


그들은 저마다 아파트 이름이거나 동 이름, 더러는 집의 호수로 이름을 대신한다.


그들이 이름을 불리는 곳은 단 하나!


 약국과 병원뿐이다.


그녀들이 모두 함빡 웃음을 지으며 연못 쪽으로 몸을 돌리기 시작할 때, 대화를 멈추고 애타게 금호언니를 지켜본 벤치의 젊은 이웃들도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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