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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May 13. 2023

머리숱

그대는 아직도 왕관을 쓰고 있네

십 년 만에 만난 그녀의 첫인사는 머리숱이었다.

"어머 자기는 아직도 머리숱이 많네!"

"어떻게 지냈어요? 보다 인상적인 그녀의 첫인사에 손이 자동으로 올라가 머리에 손가락을 끼우며

"아,, 그런가요? 하" 웃었다.

동시에 눈길은 그녀의 정수리에 가 있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일명, 화가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단단한 내면을 가진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에게도 어쩔 수 없는 노화의 징후는 머리숱이었다. 음식이 놓이고 10년의 세월을 풀어내는 도중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지나간 일상의 이야기에 '머리숱'은 두 어번 다시 등장했다.

꼿꼿한 허리와 유연함을 위해 마사지와 요가를 즐겨하는 그녀가 머리숱을 애달파하는 마음을 이해하기에 의식은 별수 없이 자꾸만 그녀의 정수리로 갔다.


그날 이후 집 밖에선 왕관을 빌려 쓴 나이 든 여자들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허리의 복대나 입안의 틀니처럼 정수리를 감출 방법은 그 방법 밖에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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