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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당아욱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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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Apr 27. 2023

감춰둔 큰 아들

"으응, 엄마 지금 내리셔"

어제 어머니네 가는 길은 늘 걷던 강변이 아닌 주택가 골목길이었다. 시간을 단축하여 어머니가 차리실 점심 상에 때를 맞춰 앉기 위해서였다. 골목길이 버스환승센터에 지름길로 나있어 강변으로 나가 돌아오는 시간보다 10여분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 환승센터 가까이 도착하니 만남의 광장을 대신하는 공터에 도봉산에 오르려는 중년배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등산복차림의 그들을 헤쳐가며 환승센터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내가 타려던 번호의 버스가 이미 출발을 하고 있었다.  


고작 10여 미터! 오 마이 갓을 외치며 걸음을 멈추었다. 시외로 나가는 버스라 출퇴근 시간이 아닌 휴일 아침에는 간격이 무려 20여분이나 됨을 알기에 안타까웠다. 환승장에 들어서 버스들의 도착 시간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26분 후에나 그 버스가 온다는 사실에 실망감이 밀려왔다. 지름길이었건만 점심을 미루고 기다리실 어머니가 떠올라 다른 방편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머니 사시는 동네로 가는 버스를 타서 빠른 걸음으로 십분 정도 걷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계산에 바로 도착하는 다른 번호의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기사에게 어머니 동네로 가기 위해 탔는데 어디서 내리면 가장 가까울까 물었다.

그 동네 가까이 가면서부터 목을 빼고 말해준 정류장을 가늠하는 내게

" 내가 말해줄 테니 가라는 대로 가시면 돼, 걱정 마셔" 한다

'어쭈 반말이네' 싶었지만 친근하고 사람 좋은 이의 말투여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잠 시 후

" 엄마, 지금 내리셔, 지금 내려서 바로 뒤에 오는 저 버스 타심 바로 가"

알아듣지 못했다. 그가 서두에 붙인 엄마라는 소리 때문이었다.

" 빨리 지금 내리셔"


"저요?"

" 으응, 엄마 지금 내리셔. 저거, 저저 203-1 마을버스 타시면 된다니까"

진심으로 놀라고 어이없어 갈아탄 버스에 오르자마자 친구에게 정황을 알리는 카톡을 보냈다.

"감춰둔 큰 아들 하나 뒀네 ㅎㅎ" 답이 왔다.


아니 저도 사오십은 돼 보이던데, 엄마라니! 이삼십대면 모를까?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흔히 집 밖에서 친근하게 부르는 장사꾼들의 엄마라는 호칭엔 길눈이 어둡고

허리가 구부정한 이미지가 있는데 어디로 보나 그건 아니잖아! 하고 맘속으로 한참을 되뇌었다.


아주머니면 되지 엄마라니! 지금도 웃음이 난다.



엄마네 들어서며


" 엄마~" 아주 힘차게 불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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