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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Jul 03. 2023

벌금

어디다 그냥 내다 버리려고!

오래전 세탁소에서 맡긴 물건을 찾으려 세탁소안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단골이라 증거물이 될만한 영수증은 주고받지도 않았다. 여러 날 지난 후 찾으러 온 터라 서서 기다리는 동안 주인 남자는 긴 장대를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 옷을 뒤적이고 그의 아내는 재봉틀에서 수선을 하다 일어나 맡겨진 옷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4차선 도로변 뒷길의 세탁소 앞으로는 한낮의 더위에 행인이 적었고 맞은편 학교 안 울타리 안쪽은 수업 중인지 조용하기만 했다.

시간이 생각보다 조금 걸린다는 생각에 길 쪽으로 고개를 트는 순간 두 명의 아주머니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세탁소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 이 양반 내다 버려야겠어. 아이고 진짜 더는 못살아 내가"

" 그래 그래" 응수하는 옆의 아주머니는 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응수했다.

그런 순간 갑자기 옷무더기를 주무르던 세탁소 여자가 길을 향해 소리쳤다.

" 벌금내셔! 얻다가 그런 위인을 내다 버려요? 벌금내고 갖다 버리셔요."


너무 당황스러워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의 응수가 더 놀라웠다.

"염려 마셔 집을 팔아서라도 세금이니 벌금이니 내도 되니께! 암!"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으면 의당 그들이 모두 서로 아는 사이라 여겨질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은 지나가는 대로 일하던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대로 그걸로 끝이었다. 다른 말도 시선도 주고 받지 않았다.


나는 잠깐 졸다가 연극 무대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들은 건지?

평소 착하기만 할 거라 생각된 세탁소 남자는 아무 말도, 표정의 변화도 없이

" 여기 있습니다. 이게 다 맞는지 한 번 보셔요." 하며 앞으로 다가왔다.  돈을 지불하고 세탁소를 나서며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평소 얌전하기만 한 세탁소 안주인의 얼굴이 어떤 표정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글제목 그림: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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