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렇게 그렇게 사는 거다
8월의 삼복더위, 긴 팔 긴 바지에 여러 장비를 허리춤에 걸친 남정네들이 오피스텔 건물을 짓느라 해를 마주하고 쉼 없이 뚝딱거린다. 뒷 베란다 창으로 보기만하는 나는 숨이 찬데 대체 어떻게 35도 가까운 날씨에 건설현장을 지속하는 건지 의아하다. 덥다고 투덜거리고 초파리가 생겼다고 투덜거리고 해가 들이친다고 투덜거린 나의 사람됨이 부끄럽다.
이제는 더 이상 화장으로도 감춰지지 않는 얼굴 한복판 검버섯이나 미간을 찌푸리지 않고는 글 한 줄, 메뉴 하나도 읽기 힘든 눈은 미세한 상실감으로 나의 하루하루를 지배한다.
산책하는 길, 잠시 멈춘 길 위에선 이웃의 이빨이 빠진 어르신, 임플란트 가격을 말하는 사람들로 대화가 이어진다.
형편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삶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 흔히 말하는 총량의 법칙대로인지 좋기만 한 인생이나 세월은 없는 것도 같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 속엔 그만하면 된다는 타인의 위로와 이정도면 괜챦은 편이라는 자족의 마음들로 가득하다.
어르신들 옆으로 자리한 나에게
"아줌마는 올해 어떻게 되셨어?" 이웃한 벤치로 끌개를 앞세운 할머니가 다가와 앉으시며 물으신다.
"아이고, 좋을 때구먼."
얼떨결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살아보니께 인생 별거 없어, 아줌마는 젊으니 얼마나 좋아. 아끼지 말고 미루지 말고 쉬지 말고 돌아댕기셔." 할머니께서 랩하시듯 빠르게 이어가신다. 마지막 '돌아댕기셔'에 힘을 잔뜩 주셔서 나도 모르게 수긍하듯 다짐하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저씬 계시고?"
"네."
"아~고 그럼 더 좋아, 사이좋게 둘이 아끼고 의지하면서 두 다리로 성성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얼마나 좋아. 남편이 최고여."
"네."
눈물에 눈이 짓무른 할머니께서 자식은 남편만 못하다시며 나의 젊음을 칭송했다.
최근 들어 느려지기만 하는 발걸음에 할머니의 시선을 의식하여 발을 옮기며 이정도면 될까? 성성히 걸어보았다.
'별거 없어!'
요즘의 화두인 게 틀림없다.
저녁을 해치우고 각자 편안하게 티비나 보다가 잠을 청하고 내일 새벽 기온이 조금은 변화되기를 기도하며 잠이드는 것 그것이면 족할 마무리다.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며 모처럼 동거인에게 "잘자요"를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