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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Nov 04. 2023

산악기차

당신의 면모

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마치 호수에 면한 높은 산을 기차로 오르는 것과 비숫하다.

호수를 계속 바라다보고 싶지만 선로 옆 늘어선 나뭇가지나 둔덕에 가려져 호수가 보이다 말기를 반복하는 것과 비슷하다.


당신은 알다가도 모를 면을 지녔다.


언젠가는 그 파란 물속이 훤히 보일 듯 눈길을 잡아끌다가 어느새 둔덕에 가려지고 나무의 그늘에 가려 호수가 옆으로 있다는 것을 잊게 한다.


그렇죠!라고 응수하거나 저도 그래요!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파란 호수가 보이는 듯하다가, 그건 아니죠! 나는 그런 건 못 참아! 하는 순간 잠시 호수 쪽으로 돌린 목을 바로 하고 기차가 향하는 정면을 향한다.

호수에 집착했던 목의 뻣뻣함을 느끼며 좌우로 목을 움직여본다.


당신은 알다가도 모를 면모를 지녔다.


한 없이 너그럽게 보이다가도 나이나 학번, 지위를 헤아릴 때 보면 영락없이 나와는 다르다.

학번이나 나이를 이유로 한 말버릇이나 대우에 '그런 건 못 참아'로 응수한 당신의 단호함에 나는 조금 놀랐다. 내겐 나이나 학번은 그저 '따위'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잠시 나는 당신과의 대화를 이어가지 못한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앉히고 덜컹거리는 흔들림에 집중하기로 한다. 정상에 올라 호수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을 때까지 드러나다 말다 하는 호수를 생각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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