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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Dec 13. 2023

생략된 말들

생전 한번도!

때로, 나는 여전히 춤을 추고싶다. 감정이 말랑말랑해 추억에 젖거나, 기분이 좋을 때 하나의 몸짓으로만 잠시 사지를 펼치고 어깨를 들썩이기도하지만 비트에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움직일 때도 허다하다.


지난 화창한 가을, 어머니댁을 다녀오는 오후였다. 정성껏 차려주신 점심을 잘 먹고 한 두 시간 뒤라 해가 아지는 버스안에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꺼플이 다 감기려는 순간, 신나고 숙한 90년대 가요에 잠이 달아나며 절로 어깨가 들려지는 기분을 느꼈다.

신분을 감춰야하는 첩보원이라도 된 듯 의식이 어깨를 제지시켰다.

여긴 버스안이라고!


리듬에 어깨춤을 추고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해가 떨어질즈음 저녁찬거리를 궁리하다가 친구가 건넨 말린 가지가 떠올랐고 동시에 친구도 유사한 경험이 있는지 궁금해 카톡으로 물었다.

" 버스에서 익숙한 비트의 음악을 듣고 춤 추고 싶었던 적 없니?"

"생전, 한번도!"


사람은 정말 다르고 제각각이어서 놀랍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흥미롭다.


생일날 가족들과 함께 최근 푹 빠진 감자옹심이를 먹겠다는 내게 의아한 지인은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본인의 생일인데?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고, 그래도 그렇지!

아니, 그래서 그런건데!


"그래도 그렇지" "생전 한 번도"에 생략된 많은 말들을 나는 좋아한다.

감자옹심이를 먹고 어깨춤을 추게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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