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드는 계절, 생명이 멈춘 듯한 겨울의 한복판에서 기어이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
나는 남들 다 피는 봄이 아니라,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이 차가운 계절에 피어나는 겨울 꽃들이 유독 소중하고 좋다.
그중에서도 라넌큘러스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묘해진다.
수백 장의 얇은 꽃잎이 겹겹이 포개진 그 단단한 얼굴.
얼핏 보기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 라넌큘러스는 이 시린 계절을 견뎌내기 위해 그 수많은 꽃잎을 스스로 겹쳐낸 것이다.
어쩌면 사랑도, 우리 마음의 맷집도 이 꽃잎을 닮았을지 모른다.
우리는 사랑의 타이밍이 어긋날 때마다, 혹은 삶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마다
상처 입은 마음 위로 새로운 꽃잎 한 장을 겹쳐 덮는다.
그렇게 겹겹이 쌓인 아픔들이 모여 결국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각자만의 단단한 맷집이 된다.
우리는 지금 더 단단한 꽃잎 한 장을 겹쳐 쓰는 중인 거다.
닿지 않는 마음과 어긋나는 타이밍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꽉 껴안고 있는 시간.
억지로 따뜻한 봄인 척 웃지 않아도 괜찮다.
겨울 꽃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 오랫동안 제 빛깔을 지켜내니까.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 홀로 피어난 저 꽃처럼,
이 시린 시간을 통과하며 가장 깊고 진한 색을 품어가는 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