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슬픔을 미룰만큼 당신을 사랑했어요.

by 시절화

나의 온 우주였던 당신아.


내 모든 중력이 당신을 향해 있었고,

나의 사계절은 당신의 궤도를 따라 흘렀습니다.

당신은 각자의 좌표를 찾아 떠나자며 손을 놓았지만,


저는 마치 방향을 잃은 유성처럼 드넓은 허공을 표류했습니다.


어째서 사랑이란, 포기하는 법마저 알려줘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의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당신의 환한

미소가 아름다워,

나는 오늘의 슬픔을 미룰 만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여전히 믿고 싶습니다.

제 안에 아직 사랑할 힘이 남아있다면,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또 묻고 싶습니다.

어째서 사랑이 있음에도

그 사랑을 이어나가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냐고.

마음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 같은

타이밍과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는 왜 이토록 무력해져만 하나요.


당신이라는 우주가 저에게서 사라지고 나면,

남겨진 저는 외로운 유성이 되어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지요.

어둠 속에서 발견해 줄 누군가를,

혹은 다시 저를 잡아당겨 줄 새로운 궤도를 말이죠.


하지만 기다림의 끝에 마주하는 것이 결국 소멸이라면, 이 광활한 우주 어디에 저의 흔적을 남겨야 할까요.


외롭게 반짝이다 소리 없이 타버리는 유성처럼,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사라져야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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