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세상에 사랑에 빠지는 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냐고.
그 말랑한 감정 하나를 품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대단히 부럽다고 했다.
나는 사실, 사랑에 빠지는 일만큼 허무맹랑한 감정이 어디 있나 생각했다.
사랑을 시작하면 또 다른 끝과 이별이 있을 거라 믿었기에,
그저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인 '설렘의 영역'일 뿐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가만히 곱씹어 보니 그건 단순히 가슴이 뛰는 문제를 넘어선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우리는 어떻게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상대의 맑은 눈을 닮고 싶어서 내 안의 탁한 마음을 걸러내고,
상대의 다정한 말투에 닿고 싶어서 투박했던 나의 언어를 가다듬는다.
내가 조금 더 단단해져야 그 사람의 슬픔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도 한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향해 걸어가면서
나 자신의 모서리를 깎아내고 비어있는 곳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내가 억지로 노력해서가 아니라,
그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순수한 열망이 나를 저절로 자라게 만드는 것이다.
성장이란 대단한 성취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누군가를 지극히 좋아하는 마음 안에 가장 큰 성장의 씨앗이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사람.
그 존재만으로도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풍경을 꿈꾸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설레는 감정이 나를 키운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