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과 호르몬, 그리고 당신의 밤이 가진 힘
“요즘 밤에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아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잠을 분명히 7시간 이상 잤는데도 몸이 무겁고, 머리가 맑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고역처럼 느껴진다고들 하죠. 많은 분들이 이럴 땐 단순히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말도 틀리진 않습니다. 그런데 ‘왜’ 수면의 질이 떨어졌을까요?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잠들기 전, 공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수면 중 회복’의 비밀
잠은 단순한 쉼이 아닙니다.
수면 중에는 신체 곳곳에서 ‘정비 작업’이 일어납니다.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이 청소되고, 근육과 피부 세포가 재생되며, 기억이 정리되고 면역세포가 활성화됩니다. 이 과정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호르몬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장호르몬과 멜라토닌입니다.
성장호르몬은 근육과 뼈의 재생, 지방 분해, 면역력 향상, 심지어 인슐린 감수성까지 관여하는 전신 회복 호르몬입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고, 세포의 노화와 산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강력한 항산화 호르몬입니다.
그런데 이 두 호르몬은 아주 ‘까다로운 조건’에서만 제대로 분비됩니다.
그 조건은 바로 공복 상태입니다.
호르몬은 식사보다 ‘공복’을 좋아한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 특히 깊은 수면 상태에서 가장 활발히 분비됩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위장이 음식을 소화하고 있다면?
성장호르몬 분비는 뚝 떨어집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식사를 하면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는데, 이 인슐린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멜라토닌 역시 위장의 활동이 활발하면 분비가 지연되고, 수면 유도가 방해받습니다.
즉, 우리가 밤 늦게 무언가를 먹고 잠들면,
몸은 ‘회복’ 대신 ‘소화’라는 업무를 먼저 하게 됩니다.
휴식보다 ‘처리’가 우선인 밤이 되는 것이죠.
야식 한 번이 무너뜨리는 회복의 골든타임
야식이나 늦은 저녁식사는 단순히 체중을 늘리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지방 연소는 억제되고
성장호르몬은 줄고
인슐린 저항성은 올라가고
면역세포의 활성도 떨어지며
숙면의 깊이는 얕아집니다.
결국 이렇게 무너진 회복 시스템은 만성 피로, 면역 저하, 체중 증가, 수면장애, 대사 질환 등으로 연결됩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급감하기 때문에,
‘언제 자고, 언제 먹느냐’가 건강의 핵심이 됩니다.
공복으로 자는 것만으로도 몸이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수많은 환자분들에게 이 조언을 드립니다.
“밤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고, 공복 상태로 잠드세요.”
이 간단한 원칙 하나가, 정말 많은 환자들의 수면, 소화, 체중, 혈당, 기분, 피로를 변화시킵니다.
사실 복잡한 다이어트나 보충제보다 더 중요한 건
밤에 공복 상태로 잠드는 습관입니다.
위장은 쉬고,
간은 해독을 시작하고,
췌장은 휴식 모드로 전환되고,
뇌는 정리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성장호르몬은 온몸을 정비하러 출동합니다.
이 모든 기적 같은 변화는 ‘공복의 잠’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의 회복력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건강을 위해 많은 것을 바꾸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덜 먹는 것’, ‘더 늦게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몸은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잠들기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고,
공복 상태로, 조용히, 깊은 수면에 들어가세요.
그 밤이 당신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진짜 골든타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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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저녁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다』(교보문고 퍼플) 중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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