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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식사 시간도 하나의 '리듬'입니다

– 늦은 저녁이 망치는 당신의 생체시계 이야기

by 유찬규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 말이 처음엔 조금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건강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음식의 종류입니다. “설탕을 줄이세요”, “가공식품을 피하세요”, “야채를 더 먹으세요.” 물론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내과 진료실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더 절실히 느낀 것은 이것입니다.


건강을 좌우하는 건 음식보다 ‘리듬’이다.


몸 안에는 시계가 있다

우리 몸은 단순한 기계가 아닙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수십 개의 생체 시계들이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이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입니다.

해가 뜨면 깨어나고, 해가 지면 쉬는. 이 자연의 순환에 맞춰 호르몬, 체온, 소화, 면역, 대사까지 모든 기능이 주기적으로 조율됩니다.


이 리듬은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먹고,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는 것을 통해 유지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시간을 무너뜨릴 때, 몸은 “예정된 연주”를 하지 못하고 엇박자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왜 ‘저녁 늦게 먹는 습관’이 문제가 되는가?

많은 사람들이 “저녁 한 끼 좀 늦게 먹는다고 무슨 문제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한 끼가 아니라, 그 한 끼가 무너뜨리는 리듬입니다.


늦은 저녁 식사는 두 가지 신호를 몸에 줍니다.


“아직 활동 시간이야!”


“곧 에너지가 필요해!”


그 결과, 우리 몸은 멜라토닌을 덜 만들고, 인슐린을 더 분비하며, 지방 저장 모드를 활성화시킵니다. 게다가 밤에 들어온 칼로리는 대부분 에너지로 소모되지 않고 지방으로 저장됩니다.


이 반복은 결국 수면의 질 저하, 체중 증가, 대사 혼란, 면역 기능 저하로 이어지게 되죠.


예측 가능한 식사가 주는 안정감

몸은 예측 가능한 루틴을 좋아합니다.

하루 세 끼가 일정한 시간에 들어오면, 몸은 “안정적이다”고 판단하고 지방을 덜 저장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모드로 전환됩니다.

반대로, 아침은 거르고, 점심도 불규칙하고, 저녁만 과하게 먹는 패턴은 “이 사람은 언제 음식을 받을지 몰라”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리고 몸은 비상사태 대비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 대사를 줄이고,

→ 지방을 저장하고,

→ 불필요한 활동을 억제하고,

→ 호르몬 균형을 다시 설계하죠.


즉, 우리가 매일 밥 먹는 시간만 규칙적으로 정해도, 몸은 다시 리듬을 회복하고 회복력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리듬 회복의 시작은 ‘저녁을 줄이는 것’

저녁은 가장 조절하기 쉬운 시간대입니다. 출근 시간에 쫓기는 아침, 점심 시간 확보가 어려운 직장인 생활 속에서 ‘저녁만이라도 조금 일찍, 조금 가볍게’ 먹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변화의 시작입니다.


저녁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공복 수면이 가능해지고, 수면의 질이 올라가며, 다음 날 아침에 ‘식욕’이 돌아옵니다. 그 아침을 채우면 점심도 자연스럽게 정상화되죠.

그렇게 하나의 리듬이 다음 리듬을 불러오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마치며: 식사 시간은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다

이제 건강을 위해서는 음식의 성분만 볼 것이 아니라 식사의 시간과 순서를 점검해야 합니다. 리듬을 되찾는 것이 진짜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몸의 시계가 엇박자로 흐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지금 나의 저녁은, 내 몸의 리듬을 깨뜨리고 있지는 않나요?


#생체리듬 #건강한저녁습관 #공복수면 #식사시간의중요성 #대사건강


이 글은 『저녁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다』(교보문고 퍼플) 중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407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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