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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식사는 '시간표'다.

몸의 리듬을 되돌려야 할 때입니다

by 유찬규


“선생님, 위장이 약한 체질이라 그런가 봐요. 뭐만 먹으면 더부룩해요.”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위내시경 소견은 특별한 이상이 없고, 복부 초음파도 깔끔한데, 환자분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합니다. 이런 경우 저는 꼭 되묻습니다.

“언제, 어떻게 드세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무엇을 먹는가’에만 집중합니다. 채소가 좋다, 현미가 낫다, 단백질을 늘려야 한다... 이런 정보는 넘치지만, “식사 시간표”에 대한 감각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료실에서 수천 명의 몸과 마음을 만나온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건강은 리듬이다: 당신의 위장도 스케줄이 있다

우리 몸의 장기들은 마치 부서별로 일하는 조직처럼 움직입니다. 아침엔 대사 부서가 출근하고, 점심엔 소화·흡수 부서가 한창이고, 밤이 되면 대부분의 장기는 퇴근 준비에 들어갑니다. 특히 위장과 췌장은 ‘야근’을 싫어하는 장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식사 습관은 이 생체 스케줄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바쁜 아침엔 대충 넘기고, 점심은 외식으로 때우고, 저녁엔 가족과의 식사, 회식, 야식까지 겹치면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양을 섭취합니다.

결국 소화기계는 하루 종일 제대로 된 활동은 못 하다가, 몸이 쉬고 싶은 밤이 되어서야 과도한 업무를 떠안게 됩니다.


“저녁이 푸짐해야 하루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에요”

이건 아주 흔한 이야기입니다.
하루 종일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다가, 저녁이 되어야 비로소 ‘나의 시간’이 열리니까요.
그래서 푸짐한 저녁이 위로가 되고, 입을 통해 하루의 고단함을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문제는, 그 위로가 결국 몸에겐 과로라는 것입니다.

저녁 과식은 수면 중 소화기관의 과부하를 일으키고, 위장의 회복 시간을 앗아갑니다.
췌장은 인슐린을 계속 분비하느라 밤새 쉴 틈이 없고, 간은 해독 작업보다 에너지 대사에 치중하게 됩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기능 저하 → 만성 소화불량 → 수면의 질 저하 → 피로 누적 → 대사질환이라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건강을 되돌리고 싶다면: 식사의 분포를 바꿔라

이 모든 문제의 시작점은 '시간'입니다.
따라서 식사 리듬의 재구성이 가장 강력하고도 지속 가능한 전략입니다.


✔ 아침은 가장 든든하게.
우리 몸이 가장 잘 받아들이는 시간입니다. 인슐린 감수성이 높고, 대사도 활발합니다.

✔ 점심은 균형 있게.
혈당 스파이크를 피하고 포만감은 유지해야 하므로, 단백질과 복합탄수화물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저녁은 간단하고 소화 잘 되는 식사로.
하루 마무리는 위장이 아니라, 수면이 맡아야 할 역할입니다. 늦은 식사는 피하고, 공복 수면을 준비하세요.


“습관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되돌리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식사 패턴은 당신의 본래 리듬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땐 아침을 잘 먹고, 저녁엔 일찍 자곤 했습니다.
몸은 그 리듬을 기억합니다.
다만 오랜 사회생활과 스트레스 속에서 방향이 틀어졌을 뿐입니다.

식사의 시간표를 다시 짜는 것,
그것이 건강을 되찾는 첫 번째 시스템 리셋입니다.


마무리하며

식단을 바꾸기 전에, 시간표를 먼저 바꿔보세요.
몸은 놀랍도록 빠르게 반응할 겁니다.
저는 그 변화를 진료실에서, 수많은 환자들에게서 직접 확인해왔습니다.

하루 세 끼의 시간을 앞으로 당기고,
위장을 쉬게 하는 밤을 만들어주는 것.
그 단순한 변화가, 수많은 증상들을 해결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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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저녁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다』(교보문고 퍼플) 중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407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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