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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당신의 아침은 어디서부터 무너지고 있나요?

by 유찬규

“30대 초반인데, 벌써 고지혈증이래요.”

“위 내시경은 깨끗한데도 속이 늘 더부룩해요.”

“밤만 되면 배가 고파서 라면 끓이게 돼요…”


요즘 진료실에서 점점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놀라운 건, 이 이야기들이 60대 환자가 아닌 30~40대 젊은 환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내과 진료실의 현실은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혈압이 오르고, 혈당이 높아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빠지는 시기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그 배경엔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뿌리 깊은 생활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식사 시간’과 ‘수면 패턴’입니다.


병의 원인은, 검진 결과가 아니라 생활 속에 있다

진료실에서 한 37세 환자분을 만났습니다.

혈액검사에서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6.3%로 경계선 당뇨 상태였고, 간수치도 살짝 올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 키 170cm에 체중도 64kg, 겉보기에는 ‘정상 체형’이었습니다.


“평소에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하고 여쭤봤죠.

아침은 거의 안 먹고, 점심은 대충 때우고, 저녁엔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제대로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 ‘제대로’라는 건, 오후 9시 이후의 고칼로리 식사, 종종 이어지는 야식이었습니다.


이분은 아프지도 않고, 체중도 많이 나가지 않으니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진 결과는 달랐습니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속은 이미 지쳐 있었던 것이죠.


“약을 드릴까요, 아니면 습관을 바꿔볼까요?”

대부분의 질환은 약으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종종 이런 제안을 드립니다.


“약을 바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일단 한 달만 저녁 식사 시간을 앞당기고

공복으로 자는 습관을 만들어보시겠어요?”


대사증후군이나 기능성 위장장애 같은 질환은 약보다 시간과 생활의 리듬이 더 효과적인 해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실제로 그렇게 생활을 바꾼 환자들은 약 없이도 수치가 좋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위장 불편감, 만성 피로, 새벽 각성 등은 저녁 식사 조절과 수면 패턴만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생깁니다.


건강은 결국 ‘언제, 어떻게’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먹느냐’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유기농 식품, 저탄고지, 채식, 고단백…

하지만 ‘언제 먹느냐’, ‘어떻게 먹느냐’는 생각보다 간과되고 있습니다.


건강의 방향을 바꾸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이 음식이 몸에 좋은가?”가 아니라,

“이 시간에 이걸 먹는 게 과연 내 몸에 도움이 되는가?”


특히 밤 9시 이후,

우리 몸은 쉬고 싶은데 우리는 음식을 밀어넣고,

간과 췌장과 위장을 ‘야근’시키며 잠자리에 듭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피곤하고 무기력한 자신을 보며

‘스트레스 때문인가?’ 하고 넘기게 됩니다.


깁스를 아무리 바꿔도, 계속 넘어지면 아무 소용 없다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 약만 바꾸는 건

계속 다치는데 깁스만 바꿔끼우는 것과 같습니다.


건강을 되찾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단지 너무 익숙한 삶의 패턴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거죠.


아침을 챙기고


저녁은 일찍, 가볍게 먹고


공복 상태로 잠자리에 들고


밤 11시 전에 잠드는 것


이 단순한 루틴이, 병원에서 어떤 약보다 먼저 처방되어야 할 첫 번째 치료법입니다.


이제 당신의 질문이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나는 무엇을 먹는가?”에서

“나는 언제, 어떻게 먹고 있는가?”로.

그 질문을 바꾸는 순간,

건강은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건강습관 #내과의사의조언 #저녁소식 #공복수면 #대사증후군 #소화기능회복


이 글은 『저녁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다』(교보문고 퍼플) 중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407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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