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능이 건강을 망치는 순간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전 아침엔 입맛이 없는데, 저녁만 되면 너무 배고파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답합니다.
“당연합니다. 그게 바로 몸이 보내는 생존 본능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이 본능이 건강엔 별로 좋지 않다는 겁니다.”
밤새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공복 상태’죠. 그런데도 아침이 되면 곧바로 허기가 밀려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몸이 스스로를 절약 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연료가 부족하니까, 에너지를 아끼자!”
이건 진화적으로 매우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 절약 모드는 아침 식사를 거를 때도 계속 작동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초 대사는 떨어지고,
몸은 지방을 더 잘 저장하게 되며,
하루 중 가장 늦은 시간대에 폭식 충동이 몰려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건너뛰고 출근합니다. 커피 한 잔으로 버티고, 점심도 서둘러 마무리하죠.
그러다 하루가 끝나갈 무렵,
온몸에서 신호가 밀려옵니다.
“이제 진짜 배고프다.”
“오늘 제대로 먹은 게 없어.”
“피곤하니까 뭔가 좀 더 먹자.”
이게 단순히 습관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건 호르몬의 작용입니다.
렙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
그렐린: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
문제는 이 두 호르몬이 하루 중 저녁에 가장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겁니다.
저녁 시간이 되면 렙틴은 줄고, 그렐린은 올라갑니다.
즉, 똑같은 식사를 해도 저녁엔 더 배가 고프고, 덜 포만감을 느낀다는 것이죠.
게다가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호르몬은 아예 통제를 벗어납니다.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은 혈당을 올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키우며, 결국 살이 찌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버립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그럼 나의 식습관은 지금, 본능이 끌고 가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가?”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바쁘게, 저녁은 푸짐하게.
이게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하고 있는 본능 기반의 식사 패턴입니다.
문제는 이 패턴이…
→ 대사질환의 출발점이 되고
→ 위장의 피로를 가중시키며
→ 수면의 질까지 떨어뜨린다는 것.
건강한 식사는 의지로 버티는 게 아닙니다.
아침을 억지로 먹으라는 말도 아니고, 평생 야식을 끊으라는 말도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건, 리듬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침을 ‘깨우는 식사’로 받아들이기
점심을 하루의 중심 식사로 삼기
저녁은 정리하듯 가볍게 마무리하기
가능한 한 공복으로 잠들기
이런 리듬은 처음엔 낯설지만, 몸이 적응하고 나면 오히려 훨씬 편안해집니다.
우리는 본능에 따라 살아가지만, 건강은 본능을 초월할 때 시작됩니다.
의지가 아니라 리듬으로,
무작정 참는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늦은 저녁의 폭식 충동이 왔다면,
그건 당신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몸이 보낸 SOS 신호일뿐입니다.
그 신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하루의 식사 구조부터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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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저녁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다』(교보문고 퍼플) 중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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