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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Jun 02. 2022

엄마라서 행복한 순간

세 아이의 엄마

“정원이는 바보. 바보야! 바보.”

중학생 큰 언니가 계속 놀려 댄다.

듣고 있던 막 두 돌이 지난 막내가 대답한다.

“나 바보 아니야.”

놀리던 큰 아이도, 옆에 있던 나도, 저만치 떨어져 있던 작은 아이도 모두 놀랐다.


“어머! 정원아, 너 문장으로 말할 줄 아니?”

“우와, 대단하다.”

우리는 탄성을 내었다. 


우리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는 정원이는 이미 기분이 나빠 보였다.


그래도 우리 셋은 그 이야기가 또 듣고 싶어서

“정원이는 바보. 바보야! 바보.”

계속 놀려댔고,


정원이는 계속

“나 바보 아니야.”

연거푸 대답을 했다.


‘나는 엄만데. 아이에게 뭐 하는 거야.’

그러다 문득 이성을 찾았다.


큰 아이, 작은 아이에게 

“이제 그만해. 정원이 기분 나빠하잖아. 정말 네 동생이 바보면 좋겠니?”

이제 이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그런데 자꾸 그 귀여운 목소리가 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나 바보 아니야.”

작은 소리로 입안에서 오물오물 내가 말해본다.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엄마가 임신했다며 진심으로 기뻐한 둘째.

스스로 빨래를 널고, 개고, 슈퍼 갔다 올 때 짐도 들어주었다. 


“엄마, 그동안 혼자 이 많은 빨래를 널고 개고 했어요? 정말 몰랐어요. 앞으로는 제가 도와 드릴게요.”


길을 가다 갑자기 입덧을 해서 속을 다 게워냈을 때

“엄마, 미안해요. 나 임신했을 때도 이렇게 힘들었을 텐데...... 그땐 내가 도와줄 수 없었어요.”

하며 등도 두들겨 준 세심한 아이다.     


셋째는 올해 3살이다.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자아가 강해지고 있다. 집에 있는 서랍을 뒤져 다 꺼낸다. 


덕분에 예전에 날씬했던 시절 사진을 찾기도 하는 행운이 왔다. 


머리 방울이며 아기수첩이며 립스틱을 열어 손가락을 넣어 파내기까지. 


게다가 그 손으로 얼굴을 만진다.


그 아기 얼굴은 보는 순간 웃음이 터진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책꽂이에 책은 죄다 꺼낸다. 이쪽에서 정리하고 있으면 저쪽에서 또 꺼낸다. 


가방을 뒤져 다 꺼내고, 지갑에서 명함을 쏟아낸다. 


다이어리에는 온통 볼펜으로 낙서를 해둔다. 


이렇게 장난꾸러기이지만 터울 없이 연이어 낳은 게 아니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생각처럼 셋을 키우는 게 힘들지 않다.     


아이 셋을 낳아 키우지만 난 아기 목욕을 못 씻긴다. 특히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를 목욕 씻기는 것은 나에게 너무 버거운 이다. 첫째, 둘째 역시 셋째도 남편이 주도해서 목욕을 씻긴다. 나는 옆에서 보조로 거든다.


머리 감을 때는 칭얼거리지만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면 스파를 즐기듯이 아기의 표정은 편안해진다. 

물속에서 뽀르륵 물방울이 포도송이처럼 위로 떠오른다.

방귀를 뿡~너무 귀여워서 남편과 마주 보며 웃는다.    


거의 대부분 가족 간의 대화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우리 집은 셋째 덕분에 웃음꽃이 피는 집이 되었다. 사춘기 아이도, 둘째 아이도 아빠도 그 아기 덕분에 다시 소통하고 공감한다. 


나른한 오후 세 살배기 막내가 소곤소곤 낮잠을 자고 있다. 

나는 그 옆에 가서 살포시 눕는다. 

토닥토닥 거리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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