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큼 사는 것도 어렵다
우리 엄마는
아침마다 갓 지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밥에
초록 야채를 갈아서 녹즙 한 잔
멸치를 갈아서 티스푼으로 한 숟가락씩
나는
아이들을 빈속으로 학교로 보낸다.
점심은 급식으로
우리 엄마는
"내가 알아서 해요. 그냥 두세요."
내 말을 묵묵히 듣고만 계신다.
나는
"니 맘대로 살래? 신경 쓰지 말까?"
빗방울이 유리창을 채찍처럼 후려치듯 잔소리를 아이에게 쏟아붓는다.
"엄마가 너한테 잔소리하지 말까?"
"아뇨. 지금 잔소리 딱 알맞아요."
뺨이 달아올랐다. 미세한 떨림이 나의 몸을 훑었다.
사춘기 딸이 나보다 낫다.
엄마처럼 안 살아야지 했는데
엄마만큼 사는 것도 어렵다.
엄마가 되어 비로소 엄마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