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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May 29. 2022

워킹맘의 맥(脈)

박사과정생의 脈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했지만

몸에 가득 찬 스트레스가 나를 할퀴었다.


얼굴을 찌푸리자 미간의 주름이 한층 깊어진다.

나자빠지며 팔다리를 버둥거린다.


느릿느릿 멈추지 않는 달팽이

나무 아래 기생하는 이끼와 버섯

거미줄에 발버둥 치는 벌레

예쁘고 희귀한 꽃들이 나를 바라본다.     


살랑거리는 햇살 받으며 폐 속 깊이 호흡한다. 

공기가 청량하다.     


긴장했던 어깨에 힘을 풀었다.


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이 친구 된다. 

작은 이끼도 다치지 않도록 걷는다.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매너리즘에 빠진 나의 마음의 불길을 타닥거린다.     


거대한 바위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산 아래를 보며 발을 꼼지락거렸다.


저 멀리, 나의 시선이 미치는 곳까지,

조그마한 학교를 내려다보며

그 아래 나와 같은 많은 학생들의 일상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식은땀이 등허리로 흘러내린다.


볼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전망대의 지붕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바람 냄새가 코를 간진다. 


어느새 별이 된 아이는 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다. 

나의 어깨를 토닥여 준다.  

참고 있던 숨을 내쉬자 가냘픈 맥박이 뛰었다.


별이 된 나의 아이가 나를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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