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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May 19. 2022

박사과정 엄마가 아이와 유튜브 찍다

열정 왕비와 열정 아기

페이스북에서 라이브 방송할 때 나의 닉네임은 '열정 왕비'이다. 그래서 정원이와 내가 유튜브 방송 찍을 때,

정원이는 '열정 아기'라고 우리끼리 정했다.


"안녕하세요? 열정 왕비입니다."

"안녕하세요? 열정 아기입니다."

우리는 대본 없이 리얼리티로 촬영을 다.


7살 아이와 유튜브 촬영은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의 모습을 보여주자! 는 것이 처음 기획의도였다.


줄넘기 연습하는 모습을 먼저 찍었다.


처음에 정원이는 줄넘기 줄을 한 개도 못 넘었다.

10번 연습을 하고,

편의점에 가서 좋아하는 젤리를 사기로 했다.

힘들지만, 약속은 지키는 것이라고 끝까지 해 냈다.


과연, 어른이라도 그게 가능할까?

대단한 아이이다.


어느 날부터 정원이가 줄넘기를 10개, 40개, 50개, 100개를 하였다.


우리 반에서 줄넘기 1등이 되었다.


연습을 하며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이 영상 고스란히 담겨있다. 

돌잔치 때 성장 동영상과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관심분야가 미디어,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시민성이다. 그래서 나는 그와 관련된 연구와 강의를 업으로 하고 있다. 지역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미디어로 기록하는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


막내 정원이는 어릴 때부터 나의 그런 모습을 자주 봐서 그런지 사진을 찍는 것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한다. 정원이를 임신했을 때도 기자 활동을 했으니 태교였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정원이 유치원을 지 못했다.

3년 동안 아빠와 직장어린이집을 다니다가,

동네 친구 만든다고, 7세에 동네 유치원으로 옮겼는데,

팬데믹 상황 지속되면서 집에 있게 되었다.


심심해하는 정원이에게 "엄마와 함께 영상을 찍어볼까?" 했더니 신나 했다. 열정 왕비와 열정 아기의 유튜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스케치북에 보물지도를 그려, 자신의 헬로키티 분홍 가방에 넣고, 보물을 찾아 떠나는 촬영을 했다. 아파트와 연결된 나지막한 뒷산에 오를 때 "여기가 산이예요?"라고 물었다. 험하고, 가파른, 숨이 차 오르는 산을 정원이는 생각했나 보다.


손을 잡고 가다가 혼자 먼저 앞장서서 달려갔다.

갑자기 뒤돌아서 "엄마" 하면서 나에게 달려왔다.

강아지가 달려서, 놀라서 나에게 뛰어온 것이다.  목줄을 하지 않고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매너가 없는 아주머니 때문이었다.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 개념 없는 아주머니의 '아비투스'로 인해 힘든 산행이 되었다. 서로가 함께 이용하는 곳에서는 에티켓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치원에서 받은 꾸러미로 활동하는 모습도 찍었다.

스투키 화분을 스티커로 꾸미며,  색연필과 사인펜으로  알록달록 그리고 색칠해서 카드도 만들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정원이와 나는 침대에 누워서 영어노래(팝송)한 곡을 3번씩 고 한 달이 지나면 유튜브에 업로드할 동영상을 찍다. 그동안 레몬트리, 징글벨, 더 쇼, 모아나 OST 등을 찍었다.


동영상 촬영 후에 간단히 편집을 해서 유튜브에 올렸다.


꼬마 유튜버 정원이는 조회수와 댓글을 묻는다. 키즈채널이라 댓글 금지라고 알려주면 못내 아쉬워한다, 트램펄린 조회수는 500회 정도가 된다고 하면 좋아한다.


뛰어난 촬영 편집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 온전히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시간, 물리적 시간이 요구된다.


엄마와 아이는 그 시간에 추억을 쌓고

그 추억을 기억하게 된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엄마에게도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아이가 조금 더 자라 사춘기가 오고,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되는 가 오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이의 초상권 등의 문제로 부모가 SNS에 아이의 사진을 올리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은 막내 정원이가 촬영을 좋아한다.

자신이 모니터링해서 재촬영을 요구하기도 한다. 오프닝 등장할 때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안도 한다.

정원이의 발달과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나는 조력만 할 뿐이다. 훗날 정원이가 자라서 싫어한다면 당연히 영상은 삭제할 것이다.


나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시민성을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원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연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정원이 엄마이다.

정원이가 행복한 것이 무엇인가?

정원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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