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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던 영혼, 이스라엘로 향하다

by 나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접한 것은 이미 태중에서부터였다. 뱃속에서부터 나는 기독교인인 어머니 덕에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알게 됐다. 배 밖으로 나온 후에도 항상 내 옆에 있던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심리적으로는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이스라엘 이미지도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동경 사진만큼 많이 봤다. 다만 고대 이스라엘의 지도나 통곡의 벽 사진 정도였지만 말이다. 언론사 입사 후에도 이스라엘은 종교 분쟁의 도시, 광신도들이 찾는 성지순례지 정도로만 각인됐다.


직장인 4년차가 되어서야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스스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다년간의 언론사 생활로 영혼이 너덜너덜해진 시기였다. 번아웃 증후군이었을지도 모른다. 목표했던 모든 것들을 이뤘기 때문에 더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경쟁에 인간성은 소외됐다. 단순히 휴가를 길게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지리한 일상에서 탈출하면서 또 영혼을 소생해줄 그런 여행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모험을 결심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나의 종교적 뿌리와 맞닿아 있는 이스라엘에 눈이 갔다. 그래, 처음에는 일탈이었다. 대체 어느 누가 이스라엘을 자유여행으로 간다는 말인가. 열심히 검색해도 당시에는 글도 몇 개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이 5060 세대의 성지순례 포스팅이었다. 소심한 모험을 계획하게 된다. 자유여행으로 잘 가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스라엘에 혼자 떠나고자 결심했다. 그게 2017년 2월이다. 7개월 후에 떠나는 비행기 표를 사고 나는 부푼 마음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용케 몇주 지나지 않아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고 그도 나의 이스라엘 여행에 동참해줬다. 젊은 남녀 둘만 보내기 싫었던 나의 어머니도 꼈다. 이런 기괴한 조합 역시 영혼의 회복에는 링겔 주사였다.


누구나 여행이 주는 일탈과 자유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영혼의 회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적격이다. 지중해에서 실컷 물놀이를 할 수도 있고 땀을 흘리고 싶다면 사막지대로 나가 트레킹도 할 수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일출을 맞이할 수도 있다. 북쪽으로는 그럴싸한 리조트와 아름다운 오아시스가 있고 남쪽으로는 사해와 유대광야가 펼쳐진다. 또 종교적인 이미지와 달리 경제 수도인 텔아비브는 전 세계적인 성 소수자(LGBTQ) 축제가 벌어지는 매우 진보적인 곳이다.


이스라엘은 아직 자유여행으로 가기엔 어색한 나라기는 하다. 지리적으로 먼데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관광 상품도 없다. 방송에서 조명을 받은 적도 거의 없다. 종교색이 강해서 잘 찾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스라엘 내의 교통 인프라도 그렇게 발달한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여행으로 간다면 갈 수 있는 나라가 이스라엘이기도 하다. 직항 노선도 잘 되어 있고 영어도 웬만해서는 통한다.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주요 관광지는 버스투어로도 갈 수 있고 렌터카 빌리기도 전혀 어렵지 않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그 틀을 벗어나는 것 역시 좋다. 여행과 길을 만들어가며 걸을 때 새롭게 만나는 동네와 풍경이 신선함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과 일탈을 감수하고 즐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작은 가방과 수영복, 걷기 좋은 운동화만 있으면 그 여행은 즐거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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