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자유여행으로 가도 될까? "Definitely"
"Where are you from?"(어디서 왔노)
"Korea, South."(남한)
"You escaped from the country?"(도망쳤니??)
예루살렘 올드타운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에서였다.
2017년 9월 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친히 수소 핵폭탄을 실험하는 바람에 이스라엘 택시에서도 통일부 장관의 브리핑을 들을 수 있었다. 라디오를 한참 듣던 택시 기사는 우리 일행이 '일촉즉발 한반도 국내 정세'에 불안해 이스라엘로 일종의 피난을 온 줄 알았다. 진심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한국 정세를 걱정해주는데,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을 여름휴가로 간다고 했을 때, 또 갔다 왔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이스라엘 위험하지 않아?" "치안은 괜찮대?" "가면 뭐 타고 다녀야 해?" 등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지만, 이스라엘 역시 '관광객이 가는' 지역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
일단 국제 치안 순위를 보면 이스라엘은 전 세계 91위로 매우 낮다. 파파뉴기니아보다 한 단계 아래지만, 한국 관광객이 들끓는 필리핀이나 인도보다는 높다. (https://safearound.com/danger-rankings/)
즉, 필리핀이든 인도든 이스라엘이든 관광객이 간다는 곳은 갈만한 곳이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이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대부분이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종교 갈등 등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로 인해 무력 분쟁이 발생하는 지역은 극히 일부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가자(Gaza)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 정도다.
기독교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가야 하는 베들레헴과 헤브론, 쿰란 동굴, 사해 등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있지만,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인만큼 치안도 철저하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현역 군인은 17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는 871만 2천 명(2017년 기준)이다. 전체 인구의 2% 가까이 되는 셈인데 이 정도 비율은 미국(0.4~0.5%)이나 한국(1.3%)보다도 높다. 세간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전쟁시 동원될 수 있는 예비 군력이라고도 말한다. 평상시에는 우리나라 의경 등이 하는 일을 한다. 예루살렘 올드타운 등을 계속 순회하며 위험 요인은 없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수상해 보이는 외국인이 있으면 여권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접점인 예루살렘 황금돔 사원과 통곡의 벽 근처는 이처럼 나름대로 삼엄하게 군인과 경찰들이 상시 경비를 서고 있다.
확실히 동양 여자 혼자 걸어다니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쳐다보기는 한다. 게다가 젊은 여성이 짧은 옷차림으로 다니면 더욱 그렇다. 중동 남자들, 젊은 동양 여자 참 좋아한다.
그래도 내가 길가다 마주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매너 있는 편이었다. 영어도 곧잘했고, 길도 친절하게 알려줬다. 세계 어딜 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괜찮다! 밤 늦게 술마시고 휘청대거나 위험한 거리만 가지 않으면 이스라엘에서 백주 대낮에 봉변 당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스라엘을 통해서 베들레헴이나 헤브론 등 팔레스타인 지역도 갈 수 있는데 이곳은 관광 버스가 아니면 출입 자체가 힘들다. 관광객에 섞여 간다면 이 지역 또한 관광지 중 하나일 뿐이다.
이스라엘 여행. 혼자 가도 괜찮다. 오히려 단체에 섞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는 편이 진정한 이스라엘의 매력을 느끼는 데에 더 좋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