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고 한 달이 되는 날, 어쩌다 보니 1일 1편을 쓴 나 자신에 깜짝 놀라 글을 썼다.그 때나 오늘이나댓글을 읽으며 '작가님'이라는 호칭에는 '아 이게 나를 부르는 것이었지' 하며 잠깐 생각하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나의 이름 밑에 '회사원'이라는 참으로 멋대가리 없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똑같다. 나도 밑에 '출간 작가'나 '에세이스트' 같은 멋짐의 기운이 풍기는 이름이 달려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글 쓰는 것 자체에서 만족을 얻어야지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자 해놓고 여전히 통계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같다, 신경 쓰지 말자 해놓고 조회수 1000, 2000 알림이 오면 도대체 어디에 내 글이 걸려 있는 건가 싶어 수색을 시작한다. 지금까지도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유입경로를 들여다보며, '나의 글을 선택해 올려준 그분께 고마운 마음만 가지면 되지 굳이 어딘지는 찾을 필요는 없지' 하면서도다음 메인 화면을 10번 넘게 새로 고침 해보고있다. 부끄럽다.나만 이러는 걸까.
가족을 제외하고 단 네 명이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회사에는 극비다. 행여나 내가 '브런치'라는 것을 이용하는 것을 알까 봐 사무실 자리에서는 브런치 앱을 열어 보지도 않는다. 나의 글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몇 년 전 근무했던 사람들에 국한된 것 역시 같은 이유다. 행간에서도 회사 정보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니 더 어렵다.이런 소심한 걱정을 해가면서까지 굳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이유가 있다.
피곤한데도 좀비처럼 흐느적거리고 일어나서 태블릿을 켜게 만드는, 브런치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의 순간.
1. 조회수
연연하지 말자고는 했으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하는 그 순간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음 메인에 올라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도 기쁘지만, 초기에 썼던 글들의 조회수가 야금야금 늘어나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처음에 인지하지 못했던 총조회수를 매일 확인하며 단위가 바뀌는 것을 볼 때는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게 된다.어제는 저 위에 있던 그래프가 오늘은 푹 꺾여 있으면 마음이 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무심해지기 전까지는 집착 좀 더 해보자, 조회수.
2. 구독자수
한자릿수의 구독자가 두 자리가 되고, 앞 자릿수가 바뀌는 것을 보며 왜 유투버들은 매번 저렇게 '구독 구독'을 외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한방에 해소되었다.다음에 올라올 내 글도 일단 읽을만하다고 인정해주는 '참 잘했어요' 도장 같은 구독자수. 내 글에 한 개, 두 개, 라이킷 알람 후 뜨는 구독 알림은 테스트에 통과했다는 징표 같아 소중하다. 내가 글을 써 올리면 메인에 뜨지 않아도, 브런치 나우에 없어도 단지 내가 올린 글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내 글을 읽어주고 라이킷도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뒤가 든든한 기분이랄까.
3. 댓글에 남겨진 칭찬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오면 그렇게 신이 나고 궁금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댓글에내 글쓰기에 대해 칭찬이 남겨져 있을 때는깨춤이 절로 나온다.정말 큰 칭찬의 글에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이 찔끔 난다. 아무래도 갱년기가 일찍 와서 호르몬 과다인 게 틀림없다 이러면서 겨우 감정을 수습하지만어마 무시한 작가들이 있는 브런치에서 일개 회사원인 내게 달린 칭찬의 글을 보고 또 보고 있다.나도 모르게 너무 좋아서 경망스러운 댓글을 달아놓고는 좀 조신하게 쓸 것을 그랬나 하지만 그 경망스러운 댓글도 사실 나의 기쁨은 다 담지 못했다. 이럴수록 겸손해야지라고 머리만 혼자 생각한다. 이미 내 손은 또 댓글을 캡처해 빨간 동그라미까지 쳐서 엄마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다.솔직하기 짝이 없는 이 손을 어쩔 것이냐고.
4. 시간차 라이킷
70일 동안 브런치를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들 중 하나는 몇 분의 시간차를 두고 올라오는 동일인의 라이킷 알림이다. 누군가가 지금 나의 글을 하나하나 읽어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알림이 오면 두근거릴 정도로 설렌다. 한 자리에서 한 사람의 글을 계속해서 찾아 읽는 것은 상당한 정성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쁨이 더하다. 글을 읽어가는 2-4분 정도의 텀을 두고 라이킷 알림이 하나씩 하나씩 울리면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알림을 주시하고 있다.아침에 자고 일어나 습관처럼 브런치를 열었을 때 한 페이지에 한 분의 라이킷으로 채워진 화면을 본 순간엔눈물이 나서 인공누액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 브런치 북의 1화부터 차례로 라이킷 알림이 오더니 다음 날 브런치 북 완독자 1명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때 느끼는 그 기쁨, 다른 어디에서도 그렇게 큰 기쁨을 느낄 수가 없다.
내 글을 가장 많이, 가장 열심히 보는 사람은 나일 것이다. 오히려 처음보다 시간이 지나며글 하나를 들여다 보고 다시 고치는 시간이 더 늘었다.내가 좋아 쓰는 글이지만 내 글을 일부러 찾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더 잘 쓰고 싶다. 더 잘 써서 또 칭찬받고 싶다. 유치해도 내 마음이 그렇다. 또 경망스러운 댓글을 달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린다. 나는 당신의 좋아요와 댓글에 자꾸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