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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Jun 20. 2022

라떼는 말이야, 뽀로로가 옷을 안 입고 있었어!

'라떼는'을 말하기 전에 뽀로로를 생각하자

 '라떼는 말이야'를 고찰한 글이 수없이 많으니 어설프게 하나 얹지는 않기로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싫다는데도 굴하지 아니하고 '라떼는'을 외치는 이유 궁금하다.


 뭐, 표현이야 다양하다. "나 입사했을 때는", "내가 주임일 때는", "내가 ㅇㅇ에 있었을 때는"...

 심은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누구보다 제일 고생을 한 거고, 너는 편한 시기에, 쉬운 하면서 뭘 그렇게 징징대냐' 이거다.

 심지어 거기에 '나는 "라떼는"하는 사람은 아니야'를 문장 앞뒤에 수식어구처럼 붙이면 그때는 "응, 바로 너야. 너라고"를 눈으로 말하게 된다.


  친구가 무려 중학생 학부형이 되었다. 다 큰 것 같다가도, 또 어느 때는 여전히 아기 같다는 사춘기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어쩐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


 그런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이, 초등생인 내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면 또 얼마나 의젓하게 동생을 대하는지 모른다. 친구통화를 하면서도 지금 동생이 듣고 있다며 순한 말만 골라 쓰기도 한다.


 호텔에서 같이 동영상을 골라 봐라 했더니, 고민하다 뽀로로틀어준다.

 동생은 "아 내가 지금 뽀로로를 볼 때는 아니지!" 하더 어느새 둘 다 집중해서 깔깔댄다. 뽀로로 원하리.


 학생초등학생이 뽀로로를 보면서 연신

"와, 뽀로로 진짜 오랜만이다"

"으아, 언제 적 뽀로로냐"

"옛날 생각난다"

"나 어릴 때는 뽀로로 많이 봤는데"

이러고 있다.


 그러다 은근슬쩍 경쟁 모드로 들어갔는데

"나 뽀로로 처음 볼 때는 모자가 저렇게 안 생겼잖아"하는 초등생 말에, 중학생 가소롭다는 듯 받아친다.

"나 때는 말이야, 뽀로로가 옷을 안 입고 있었어!"

 초등생  KO패. 초등생은 갑자기 몹시 겸손해진다.

"우와, 진짜? 언제?" 이러더니,  옷 없는 뽀로로를 검색하며 좋단다. 


나무위키 '뽀로로'에 실린 사진 두 장을 편집하였습니다

 내가 어깨에 힘을 주며 "라떼는"을 시전 할 때, 누군가는 '나 때는  뽀로로 옷 안 입고 있었어'라고 이야기하는, 여전히 어리고 귀기만 한 아이를 바라보는 그 심정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떼는"을 뱉기 전에, 뽀로로를 생각하자.




뽀로로 사진 출처:


https://namu.wiki/w/%EB%BD%80%EB%A1%9C%EB%A1%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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