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모름지기 시간의 힘으로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 붙고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게 순리거늘, 아무리 해도 늘 불안하고 긴장되는 것이 내게 있으니, 바로 운전이다.
수능을 보자마자 운전면허를 땄던 나는 '운전 체질이다' , '폼은 10년 차 드라이버다'라는 칭찬을 들으며 운전을 배웠다. 다 좋은데 과속만 유의하라 했다. 그런데 운전대를 한 번 놓았더니 운전하며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들만 기억에 남아 다시 시작하기가 영 무서운 것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러나 정말 힘든 일이었다. 아예 안고 탈 때는 오히려 괜찮았다. 더 이상 안을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어른보다 느린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려고 하면 기사 아저씨는 빨리 타라고 소리를 쳤고 택시는 나를 피해 지나갔다. 서둘러 탔음에도 여지없이 소리치는 아저씨를 보며 아이가 "왜 아저씨가 화가 났어?"라고 물었을 때, 잘못한 게 없는데도 화를 받아내게 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나는 결국 다시 운전 연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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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같은 나인데 이번에는'조심 운전하는 건 좋은데 속도를 좀 더 내야지, 이렇게 하면 뒤 차가 하이빔 쏘는 수가 있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도로 연수를 마쳤다. 지금 내가 뒤에 아이를 태우고 운전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찌나 긴장이 되는지 운전만 하면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리고 어깨가 결렸다. 도보 3보 이상은 차량 이동이라며 내 발처럼 차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그것도 주차장이 확보되어있고, 경로에 골목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를 가지고 갔다.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초행길에는 음악도 틀지 못하고 내비게이션에 초집중하며 운전을 했다. 심지어 고속도로에서는 옆에 텀블러를 꽂아두고도핸들에서 두 손을 못 떼 목이 말라도물을 마시지 못한 채 한 시간을 달리기도 했다.
그때 우리 집 베란다에는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가 있었는데 어느 날 혼자 운전사도 됐다가 손님도 됐다 하며 자동차를 타고 놀던 아이가 말한다.
"내가 운전할 때 집중해야 하니까 좀 조용히 하자"
폭소를 터뜨렸지만 참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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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하는 말과 말투가 나의 그것과 여지없이 똑같은 순간을 지금도 종종 경험한다. 얼마 전 아이 입에서 "똑같은 걸 대체 몇 번을 말해"가 나왔을 때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업무 관련 전화를 끊으며 내가 혼자 중얼거렸던 말이다.아이는 부모 등을 보고 배운다는 말을 다시 새긴다.
오늘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마치고 일을 보려는데 아이가 밖에서 똥이 마렵단다. 적절한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