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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Jan 06. 2023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너도 저렇게 되는 거야

 난데없다는 표현로는 부족했다.

 느닷없는 폭력을 목격한 내 얼굴마저 화끈거렸다.


 그날 대형마트는 평소보다 더 복작거렸지만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연휴를 앞둔 여유가 묻어났다. 있을 때는 모르다가 사라지고 나서야 지나치며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흐뭇한 존재였음을 깨달은 시식코너도 많았고 여기저기 다양한 판촉 행사가 펼쳐졌다.


 가공식품 섹션에서 행사 상품을 판매던 그녀의 얼굴 앞에 팔을 쭈욱 뻗으며 그는 옆에 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던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다.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너도 저렇게 되는 거야."

그러고는 그대로 지나갔다.

 멀쩡히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심지어 늦추지도 않고서 그런 말을 쏟아내고 앞서 걷는 그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은 대답 없이 열심히 쫓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는 거지' 하며 내 귀를 의심했으나 이미 그녀의 눈에 물기가 보였 이내 "내가  했다고 그러는 거야. 입도 뻥긋 안 하고 있었는데!" 하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옆 코너에 서있던 분들이 모여들면서 뭐 저런 미친 사람이 다 있냐며 위로를 시작했다.

 

  뜬금없는 폭력을 나 역시 보았음을 그녀가 알면 더 싫을 것 같다는 판단벙찐 얼굴로 잠깐 걸음을 멈췄던 나 역시 뭘 사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은 채 그냥 앞으로 걸었다.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오래전 버스 안에서 어떤 아주머니는 창밖에 보이는 내레이터 모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원색적인 표현을 써 가며 옆자리 딸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추운 날씨에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던 창밖의 그녀는 그나마  말을 듣지 못했으니 좀 나았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자식에게 가르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까지 논하며 비난할 자격은 내게 없다.

 그러나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그 순간에도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먹보다 더 한 폭력을 날리지는 말아야 한다.

 자신의 표현 대로 입도 뻥긋 안 한 그녀의 인생을 순식간에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한 그는 자신의 폭행 뒤에 일어난 일들을 짐작이나 할까.


 이미지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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