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우리가 식당에 앉자마자 아이우는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내 뒷자리에앉는다.소리가 엄청나다. 주문을 하는데 직원이 우리의 말을 듣지를 못한다. 소리는멈출 기미가없고 중간중간 엄마의 "그만", "그만 울어", "울음 그쳐야 안아줄 거야" 하는 차분한 목소리만 들린다.
아이를 키워본 나는 그래도 익숙하지만일행 둘 다 미혼. 대화는커녕 혼 빠진 사람처럼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 내 앞으로 보이는, 혼자 식사를 하고 있던 젊은 여성은 계속 내 뒤쪽을 보며 몇 번을 반쯤 일어섰다가 다시 앉는다.
울음이 참 길다싶었을 때앞자리 대리님이 묻는다. "왜 저렇게 계속 울리는 거예요? 안 안아주고?" 아이를 향한 시선에 얼마나 위축되는지 알기에일부러 뒤를 보지 않고 있었지만, 당연히 엄마가 아이를 어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대리님 말로는 아이는 유모차에서 팔을 버둥거리면서 안아달라고 하는데 엄마는그냥 앉아있단다.
앞의 여성이 결국 이야기하러 가자마자거짓말처럼 울음이 뚝 그쳤다. "아니 저렇게 안아주면 바로 그치는 걸 왜 안아 주는 거예요 정말?" 대리님은이해하지 못하겠단다.말도 못 알아들을 것 같은 아이한테 말만 하면서 안아주지 않고 버티고 있던 이유가 뭐냐며,양쪽 귀를 감싸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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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섯 살 때 갔던 아쿠아리움에서 오은영 박사님에 빙의하신 분을 목격했다.
다른 장소가 그러하듯, 그곳의 가장 험난한 코스 역시 기프트샵이다. 한껏 물고기, 고래, 상어들에 푹 빠져있는 아이에게 어른이 봐도 귀엽고 보들보들한 촉감의 인형들부터 다양한 장난감, 각종 동물 모양 가방, 반짝이 물고기들이 떠 다니는 유리볼이 붙어있는 볼펜까지한가득이다. 아쿠아리움 내부보다 더 집중해서 하나하나 살펴본다.
참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경제관념을 키워야 한다 등의 이유로 미리 약속하지 않은 물건은 절대 사주지 말아야 한다고 육아 서적에서 수 없이 읽었으나, 그것도 에너지가 있을 때나 가능한 거고, 괜히 하루를 망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라며 수달 가방으로 스스로와 타협하고 만다.
겨우 탈출해 내부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또 다른 종류의 물고기 장난감들을 팔고 있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가 장난감을 손에 쥐고 사달라고 조르고 있고 엄마는 안된다고 하는 중인데, 아이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한다.
아이는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지르는데 엄마의 멘탈이 대단하다. "음, 옳지 않아요. 안돼요. 내려놓으세요. 사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운다고 사주지 않아요" 표정과 말투가 텔레비전에서 아이를 훈육하고 있던 오은영 박사님의 그것이다. 아이 울음에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곤조곤 아이를 타이르고 있는 그분, 딱 오은영 박사님에 빙의해 있었다.
아이는 결국 드러누워 버둥거리고, 그분은 차분하게 "다섯을 셀 때까지도 울면 엄마는 나갈 거야"라면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아이 앞에서 검지 손가락을 흔들흔들한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사람들은 황급히 나갔고, 심지어 들어오려던 사람들도 아이를 보고 줄지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그분은정말 나가버렸다.
편의점 바로 앞은널찍한 잔디밭. 나왔는데도 귀가 울린다. 여기서 빙의하면 좀낫겠구먼. 오은영 박사님은 그런 훈육은 아이 집에서 하시던데 말이다.
그 엄마는 잔디밭에 서서 팔짱을 끼고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유리 너머의 아이를 관찰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편의점에는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고 있는 아이와, 계산대에 서서 엄마를 노려보고 있는 직원밖에 없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이미지검색/ 커버이미지 출처: 오은영박사님 블로그
오늘 식당의 여자도'울고 떼를 쓰면 절대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육아원칙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아이의 긴 울음소리를 견디며 식사를 해야만 했던 사람들을 납득시키기는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