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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y 23. 2022

세 번의 거절로 그녀가 지켜낸 것

 점심시간에 자주 가는 식당이 있다. 기본 돌솥밥볶음이나 찌게 하나를 골라 주문하고 반찬을 가져다 먹으면  한 상이 된다.

 이 집 반찬 인심이 정말 후하다. 6-8개의 반찬이 매일 조금씩 바다. 아침마다 직접 만든다는 반찬은 딱 집에서 먹는  . 아직도 따듯한 두부조림, 료를 아끼지 않은 잡채, 방금 무친 것 같은 아삭 거리는 나물들이 바트에 가득 담겨 있어 반찬 그릇이 작은 게 아쉬울 정도다.

 집에서 반찬 한 두 개 해서 먹힘든데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반찬을 주니 한 끼 먹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고맙다. 근처 식당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반찬을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에는 약간 미안할 정도다.


 이렇다 보니 점심시간엔 글자 그대로 문전성시다. 밖에 금방 줄이 생긴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설 때 빈자리가 있어도 인원수에 딱딱 맞춰서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는다. 반찬을 뜨러 갈 때 몸을 옆으로 해야 그 사이를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빽빽이 놓여 있는 테이블 빈자리 하나 없이 꽉꽉 워진다.    

이미지출처 pixabay. 검색어: selfish

  팀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싫다고요!' 하는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린다. 혼자 들어오며 일행이 한 명이라 하자 2인석으로 안내를 했는데 4인석 자리로 가 앉으니 한 번 더 안내를 했나 보다. 4인석에 앉아  식당으로 오라며 통화다. 이번에는 조금 더 연세가 있으신 직원 분이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리를 옮겨달라 하는데 남은 자리 있는데 도대체 왜 이러냐며 아까보다 더 큰소리가 난다. 결국 안쪽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사장님까지 나서서 조금만 지나면 자리가 없어 손님을 돌려보내야 한다며 '점심 장사 한번 하는 곳이에요'라고까지 하며 부탁을 하는데 "여기 앉아서 먹겠다고요!" 소리를 지다.

 

  한 번도 힘든 거절을 세 번이나 한 그녀의 목소리는 식당 안의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대놓고 표현한 이는 없었지만 언짢은 기운이 느껴졌고 사장님의 부탁까지 거절할 때는 몇몇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결국 4인석에 앉은 그분에게 물과 메뉴판을 갖다 다. 니나 다를까  줄이 빠르게 길어고, 직원들은 연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자리 나는 대로 안내해 드릴게요'한다.


 잠시 후에 그분의 일행이 왔나 보다. "어어 여기야!" 하더니  바로 이어서 "상에 둘이 왔다고 여기 넓은데 놔두고 저기 저 구석 좁은데 가 앉으라는 . 겨우 앉았네. 편하지?" 하는 자랑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잘했네"하는 일행의 대답에 나와 내 앞에서 같이 밥을 먹던 원은 눈을 마주치며 함께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른 어떤 말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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