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May 25. 2022

우아한 그녀가 문맹이길

 아이가 어릴 때 가던 그곳은 입장을 하면서 인원수에 맞춰 계산을 하고 자리를 배정받 뷔페. 같은 프랜차이즈 에도 등급이 있어 가격 메뉴, 서비스에 차등이 있었는데 그곳은 가격이 좀 저렴한 대신 먹고 난 그릇을 직접 수거함에 넣어야 다.

 

  줄을 섰다 차례가 되어 계산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들어 이따 일행이 올 건데 자기 먼저 들어 기다려도 되냐며 질문을 한다. 계산하던 점원이 지금 손님 응대 중이니 뒤에 줄을 섰다 차례가 되면 안내해주겠다 하니 '그냥 잠깐 물어보는 건데 무슨 줄까지 서요'하며 짜증을 낸다.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하던 그녀는 결국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지금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고 금방 같이 오겠다며 나다. 뒤에 서있던 사람의 쌍시옷 발음이 들렸다.


  잠시 후 들어온 그녀와 일행이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주하게 겉옷을 벗으면서 테이블에 앉는다. 한자리 건너인데도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소리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리가 크다. 웃을 때는 마치 무슨 규칙이 있는 것처럼 모두가 손바닥을  가면서 웃는다.


 한 줄로 서서 이동하며 음식을 는데 아까 그녀가 이번에는 주방 안쪽에서 떡갈비를 구워서 바깥 접시에 올리고 있는 조리사에게 묻는다. "이거- 여기서 직-접 만드는 건가요?" 음절 하나하나 힘을 주고 뒤 끝을 늘이며 말하는 태도와 말투는 마치 주방을 검열하는 수석 셰프의 그것이다. 계산대에서의 짜증 섞인 말투와는 또 다르다. 고개를 약간 삐뚜루 하고 말을 하는 동작이 '나 우아해 우아해'하는 듯하다. 조리사가 당황해서 '네? 바로 구워서 내놓는 건데요'하 "아니- 그러니까-, 이걸- 여기서 직접- 만드는 거냐고-. 냉동제품 그냥- 데우기만 하는 거 아니고-?" 이분, 존댓말과 반말을 교묘히 오가는 능력의 소유자다. "냉동제품입니다"하니까 "아-. 여긴 직-접 하고 그러진 않-는구나"하며 또 우아우아 옆으로 간다. 번엔 즉석조리 팻말 앞에 서서 질문을 시작다.


   한참 뒤에 아이는 후식을 고르러 다. 자리에 앉아서 먹는 시간보다 음식을 고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아이 덕에 나만 매번 과식을 하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우아녀와 일행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다. 한 명이 '그릇 갖다 놔야지?' 하니까 우아우아 그녀가, '뭘 그래, 그냥 두면 다 치우지 뭐' 이러면서 말린다. 그리고 그들은 몇 줄 수북이 쌓인 그릇을 그대로 두고 나다.


 잠시  직원 두 명이 쌓인 그릇들을 치우아이가 묻는다.

"엄마 왜 저 사람들은 그릇 안 치우고 갔어?"

"... 치우는 건 줄 몰랐나 봐"

"왜? 글자를 몰라서?"


 너무나 많은 곳에 그릇 정리 안내가 붙어있다. 심지어 테이블 위에 기본으로 깔려있던 종이에도 커다랗게 쓰여있다. 


 우아우아 그녀가 차라리 문맹이면 나았을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오은영 박사님 빙의는 집에서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