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자주 가는 식당이 있다. 기본 돌솥밥에 볶음이나 찌게 하나를 골라 주문하고 반찬을 가져다 먹으면 깔끔한 한 상이 된다.
이 집 반찬 인심이 정말 후하다. 6-8개의 반찬이 매일 조금씩 바뀐다. 아침마다 직접 만든다는 반찬은 딱 집에서 해 먹는 그맛이다. 아직도 따듯한 두부조림, 재료를 아끼지 않은 잡채, 방금 무친 것 같은 아삭 거리는 나물들이바트에가득담겨 있어반찬 그릇이 작은 게 아쉬울 정도다.
집에서 반찬 한 두 개 해서 먹기도 힘든데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반찬을 주니 한 끼 먹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고맙다. 근처 식당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반찬을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에는 약간 미안할 정도다.
이렇다 보니 점심시간엔 글자그대로 문전성시다. 밖에 금방 줄이 생긴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설 때 빈자리가 있어도 인원수에 딱딱 맞춰서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는다. 반찬을 뜨러 갈 때 몸을 옆으로 해야 그 사이를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빽빽이 놓여 있는 테이블은빈자리 하나 없이 꽉꽉 채워진다.
이미지출처 pixabay. 검색어: selfish
팀원과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싫다고요!' 하는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린다. 혼자들어오며 일행이 한 명이라 하자 2인석으로 안내를 했는데 4인석 자리로 가 앉으니 한 번 더 안내를 했나 보다. 4인석에 앉아 이 식당으로 오라며 통화를 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연세가 있으신 직원 분이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리를 옮겨달라 하는데 남은 자리 있는데 도대체 왜 이러냐며 아까보다 더 큰소리가 난다. 결국 안쪽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사장님까지 나서서 조금만 지나면 자리가 없어 손님을 돌려보내야 한다며 '점심 장사 한번 하는 곳이에요'라고까지 하며 부탁을 하는데 "여기 앉아서 먹겠다고요!" 소리를 지른다.
한 번도 힘든 거절을 세 번이나 한 그녀의 목소리는식당 안의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대놓고 표현한 이는 없었지만 언짢은 기운이 느껴졌고사장님의 부탁까지 거절할 때는 몇몇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결국 4인석에 앉은 그분에게 물과 메뉴판을 갖다 준다.아니나 다를까 바로 가게 밖 줄이 빠르게 길어지고, 직원들은 연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자리 나는 대로 안내해 드릴게요'한다.
잠시 후에 그분의 일행이 왔나 보다. "어어 여기야!" 하더니 바로 이어서 "세상에 둘이 왔다고 여기 넓은데 놔두고 저기 저 구석 좁은데 가 앉으라는 거야. 겨우 앉았네. 편하지?" 하는 자랑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잘했네"하는 일행의 대답에 나와 내 앞에서 같이 밥을 먹던 팀원은 눈을 마주치며 함께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