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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Nov 09. 2022

51개월치의 글쓰기 수익, 곱창구이

 중학교 2학년 첫 짝이었던 그녀는 1년간 지킬 계획을 세우고 함께 나누는 시간에 '간음하지 않겠습니다'를 적어 독실한 신앙 한방에 각인시켰다. 

 수학 시간. 한참 설명을 하고 있는 선생님도, 순식간에 흰 글씨로 채워지는 칠판도 보지 않고 머리를 푹 묻은 채 혼자 뭔가를 아주 열심히 적고 있던 그녀의  공책 한 바닥을 채운 문장. "하나님 공부 열심히 하게 해 주세요."  샤프를 꼭 쥐고 한 자 한 자 적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 절실할 수 없었다.

@pixabay

  혼자만의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두루뭉술 장래희망. 오래되었고 마치 일반적 습관 같은 현재형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돌이켜 보았을 때 단 한 개의 손가락도 꼽을 수가 없다. 현실에 불만은 많았으나 여기서 탈출하기 위한 노력은 전무했다. 나의 로망을 이룬 사람들의 현재를 보며 부럽다를 연발했으나 그들이 과거에 기울였을 노력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음부터  가능성이 낮은 바람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놓았던 것도 나였고 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그저 바라기만 하는 우물쭈물한 로망에 그치게 두었던 것 나였다. 이렇게도 오랜 시간 원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 노력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치열하게 비해도 부족할 판에 나는 그저 '그렇게 살았으면 참 좋겠네~'하고 있었다.

  한 줄의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읽는 시간조차 턱없이 부족했으며 많은 것을 경험하며 새로운 것을 깨닫고 느끼는 것에도 게을렀다. 수업은 듣지 않고 '공부를 잘하게 해 주세요'도 아니고 '열심히 하게 해 주세요' 했던 의 기도도 나에 비하면 가능성이 높은 거였다. 


 쓰기란 것을 하지 않으면서 을 쓰는 일을 하고 싶 나는 어 브런치를 시작했다.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참으로 희한해서 바로 글을 쓰는 것만으로 생계를 꾸리고 싶다는 나의 바람에 불이 확 붙는다. 이제 그저 로망으로 끝나게 두지 않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며 '수익'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번 달 산정된 수익금은 천 원. 

 어제저녁 곱창구이를 사 먹고 5만 천 원을 내고 나왔다. 나는 51개월치의   한 끼 식사에 지불했다. 와우. 욜로도 이런 욜로가 없다. 수입에 합당한 지출을 하려면 나는 한 달에 한번 공깃밥만 사 먹을 수 있다. 또 몹쓸 조급함이 옹글거리고 올라오유명 작가들조차 회사를 다니면서 시간을 쪼개 글을 쓰고 있다는데,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반년 조금 넘었으니 당연한 거라며 짐짓 담대 사람 흉내를 내 본다.

 

 나는 여전히 거울에 비친 낯선 둥그런 실루엣이 영 싫다면서도 야식을 끊지 못했고 같은 나이인데 얼굴에 모공 하나 없는 텔레비전 속 그녀의 피부를 부러워하면서도 씻으러 가는 길이 제일 멀다며 게으름을 피운다. 건강이 최고라고 말만 하다가 적정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운동 이제 겨우 시작했다. 월급 외에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하면서도 시도차 하지 않은 채 일단 아껴 쓰는 것부터 하자 해놓고 아직 외식비조차 줄이지 못하고 있다. 라는 건 꾸준히  많지만 실행은 느리작거리면서 핑계는 많다. 


 그에 비하면 한 달에 공깃밥 한 그릇만큼의 수입이지만서도 글쓰기로 수익란 걸 만들어 낸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품어왔던 로망에 성큼 가까워진 거다. 입금 예정이라는 1,000 숫자를 보며 그동안 저 멀리 있꿈을 내 에 바짝 붙여놓은 기분다.


 이제 정말 쓸 말이 없어서 어쩌나 했으면서도 지금 이 순간 나는 글을 쓰고 있으니, 오늘의 나는 이걸로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다.






커버사진 출처

https://naver.me/Ft8lGic9  의 업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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