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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y 10. 2022

"자기, 오늘 점심 꼭 나랑 같이 가야 해"


@pixabay

 유난히 점심시간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마치 혼자 밥을 먹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행동한다. 혼자 점심을 먹는다는 것은 사회성에 커다란 흠결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오늘 점심은 누구와 먹을 것인가에 집착하고 혼자 먹게 될까 전전긍긍한다.

 

 직원 G는 새 팀원이 오면 마치 중요한 업무를 전달하 '나 혼자서 밥을 못 먹는다'를 빼놓지 않고 말한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 점심 먹으러 같이 갈 사람이 누구인지를 챙긴다. 서로 깍듯하게 직급을 부르는데 꼭 혼자서만 OO야 하며 이름을 부르는 것도 편치 않았는데 점심 약속을 잡으며는 '자기야'라는 호칭까지 쓴다. 아침부터 자리에 와서 '자기야, 오늘 점심 약속 없는 거지? 꼭 나랑 같이 먹으러 가야 해' 하는데, 매번 적응이 되지 않고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게 된다.


  다행히 나는 아니었지만친 하다고 생각하는 몇 직원에게는 그 전날 저녁 문자를 보내 점심 약속을 정하기도 했다. 어쩌다가 소규모 점심 회식이나 모임이 있어 직원들이 단체로 나가는 날에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 누구랑 밥을 먹어야 하는지 찾기 위해 옆 팀까지 이 자리 저 자리 뛰어다녔다.


  거기까지는 '혼자 밥을 먹는 게 영 힘든가 보다' 하 이해하려고 하는데 남의 점심까지 챙기며 자기 멋대로 짝을 지어준다. 혼자 먹겠다고 하면 굳이 '왜? 무슨  일 있어? 같이 먹기 싫어?' 하며 성격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외부인이랑 약속 잡G 직원의 허락부터 받아야 한다는  있는 농담이 돈다.


 H직원은 못 먹는 음식이 많다. 돼지고기는 일단 안되고 매운 것도 못 먹는다. 날것도 싫단다. 회식 장소를 정할 때 전체의 의견을 취합하는 것보다 H직원이 갈 수 있는 장소를 고르는 게 울 지경이다.

 점심시간 쉽지 않다. '가츠집 생겼던데, 거기 가볼까요?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옆에서 '난 돼지고기 못 먹는데' 하며 다가온다. '초밥 먹으러 갈까요?' 하면 '그래 다들 먹고 싶으면 초밥 먹으러 가자. 다원하면 가야지. 난 우동 먹지 뭐.' 이런다. 항상 이렇게 죄책감 들게 하는 화법을 구사하니 다른 직원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렇다고 매번 그가 먹을 수 있는 몇 군데 안 되는 식당만 가자니 물린다.  


 눈치 있게 '그럼 따로 먹을게' 해주면 좋은데 E직원만큼은 아니지만 혼자서 먹을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아침에 I직원이 팀장한테 엄청 깨졌대요. 스트레스받아서 오늘 진짜 매운 떡볶이 먹으러 간다고...'라고 우리끼리 가겠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려고 하면 '응, 난 매운 거 못 먹는데. 가서 그냥 순대 같은 거 있나 봐서 먹지 뭐'이러고 꼭 같이 가는 거다. 가서는 메뉴판이 매직아이라도 된 것처럼 들여다보면서 '딱히 먹을만한 게 없네'를 여러 번 이야기하니 그것도 참 난처했다. 


 점심 먹으러 출근한다는 표현이 좀 과하긴 하지만 출근부터 퇴근까지 중 점심시간 한 시간 말고는 사람다운 시간을 보내기가 힘든 곳이 직장이다. 사람답게 숨 쉬 휴식할 수 있는 그 한 시간을 기다리며 오전을 버티고 그 한 시간의 힘으로 오후를 버틴다. 


 하지만  반드시, 항상, 함께여야 하는 건 아니다.

 밥 대신 카페에 혼자 가만히 앉아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고 싶은 날도 있고 친한 직원 한 명과 속마음을 이야기해야 할 날도 있다.  그 전날 밤에 내일 꼭 이걸 먹고 싶다고 생각해 놓은 음식이 있는 때도 있다.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의 선택을 제한하고 자기가 고른 선택지 몇 개만 들이미는 행위, 옳지 않았다.


나는 혼자 먹어도 맛있기만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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