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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Apr 25. 2023

단박에 기침을 멎게 하는 배숙, 아주 쉽고 간편하게

 날씨도 갱년기인가.

 추웠다 더웠다 널을 뛰니 감기 안 걸리고 넘어가 보자 다짐을 해봤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어른은 그나마 낫다.  

 차라리 더운 게 낫지 추우면 몸속까지 으슬거리면서 바로 증상이 나타나고 한번 시작하면 자연치유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이 약을 들이부어야만 악화되지 않는 지경이 되자 알아서 설설 긴다. 어제는 더웠지만 오늘 훅 떨어진 기온을 미리 체크하고 3월부터 5월까지는 봄이라고 오랜 시간 배운 것과는 상관없이 심하게 따스한 옷을 껴입고 간다.


 갱년기 날씨에 그러나 아이는 한낮 가장 더운 시각을 기준으로 삼는다.

 더우면 벗으면 되니까 일단 입으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덥고 귀찮고 가방이 무겁다며 기어이 입지 않는다. 큰 소리를 내서 입혀 보내도 반팔 차림으로 돌아온 아이 손에는 바닥에 널브러져만 있었던 게 뻔한 흙 묻은 겉옷이 들려있다.


 바깥 온도는 싹 무시하고 뛰어서 땀 난 직후에 바로 옷을 벗어댄 아이는 환절기를 용케 넘어가나 했더니 결국 감기에 걸렸다.

 천만다행으로 열은 나지 않는다. 말 못 하는 아이가 열이 나 축 쳐질 때처럼 마음이 타들어가고 조마조마할 때가 또 있을까. 언제라도 응급실로 뛰쳐 가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어느 정도 바로 튀어 나갈 수 있는 차림으로 아이 옆에 누워 열을 재고 수건을 갈며 밤을 새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기침을 해 가면서 마라탕 타령을 하는 체력이 그저 고맙다.


 기침이 그러나 유난했다.

 잘 먹고 잘 자야 감기가 낫는데 기침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잠이 들려다가도 자기 기침소리에 자기가 깨니 괴로울 거다. 몸무게는 성인 여성만큼 나가지만 아직 연령이 낮으니 성인 기준 한 번에 두 알씩 먹는 감기약을 한알만 주기도 두 알만 주기도 그렇다. 상자에 깨보다도 작게 써져 있는 글자를 보니 1과 1/2정을 주라는데. 캡슐을 어떻게 자르라는 건가. 결국 한알만 주니 잘 낫지 않는다.


 이럴 때는 배숙이다.

 언제였을까. 회사를 다니고 있었을 땐데.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수액을 맞아도 두 달 가까이 기침이 멎지 않았다. 회사 동료는 이 정도 오래가면 이건 감기가 아닌 거라며 농담 삼아 이야기했는데 기침하느라 갈비뼈가 아프고 머리가 흔들거려 참으로 괴로웠다.

 그때 엄마가 배숙을 해서 갖다 주셨는데 두통이 올 정도로 단 맛에 깜짝 놀랐지만 신기하게도 배숙 한통을 먹고 그 길던 기침이 멎었다.

https://naver.me/5t4gh1nK

 효과를 경험을 통해 잘 알면서도 배숙 만들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배, 대추, 생강, 꿀, 잣, 도라지, 은행... 재료도 재료지만 배 속을 파서 넣고 압력솥에 찌고... 좀 쉬운 게 없나 찾아본 레시피 역시 끓인걸 체에 으깨 즙을 내고. 워우. 것도 만만치 않다.

시중에 비슷한 걸 팔지 을까 찾아보고 있다. 그러나 같은 효능은 아닐 게다.


 인터넷을 뒤져볼 딸의 모습이 빤한 친엄마가 보내준  순식간에 만드는 배숙 레시피!

 준비물은 배, 꿀. 이거면 된다.

1. 배를 대충 잘라 바로 냄비에 넣는다

2. 꿀을 듬뿍 넣고 중불에 끓인다

3. 배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다시 줄어들 때까지 졸이고 말랑말랑 해면 냄비채로 핸드블렌더로 간다

4. 약불에서 조금 더 졸인다.

끝.

장기간 두고 먹을 것이 아니니 오래 끓일 필요도 없다. 30분 안에 완성.


살짝만 식혀서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니 약 중에서 제일 맛있다며 만화책을 읽으며 잘 먹는다. 직전까지 나오던 기침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배숙 한 숟가락이 들어가자 바로 멎고 먹는 내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다시 기침이 시작됐지만 빈도는 확 줄었다.

큰 배 한통을 자기 직전까지 세 번에 나눠먹으니 폐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것 같던 기침 소리는 이제 목 근처에서 나오는 느낌이 들고 횟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

 한 번만 더 만들어 먹으면 이제 기침이 완전히 잡히겠구나 안심을 한다.


 정석대로 생강과 대추까지 넣어 쪄 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점심시간을 쪼개 배를 사 오고 퇴근하자마자 부엌으로 투입될 워킹맘에게는 이 정도 간편해야 엄두를 낼 수 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이 정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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