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구석을 매의 눈으로 바라보며 비울 물건들을 추렸을 당신.
생각보다 그 개수가 너무 적다. 이거 비운다고 과연 한평이라도 넓어질까 싶으며 의욕이 살짝 자그마해지려고 한다.
많이 비워야 많이 넓어진다.
필요 없는 물건은 비워야 한다.
아는데 왜 못 비우는가.
분명 지난 수년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비울 물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많은 물건들. 이유는 다양하다.
'이건이렇고저건저렇고이건앞으로한번정도사용할날이있을것같고이건다른용도로바꿔쓸수있을것같고'
전에 없던 창의력까지 발휘하며 하나하나 아유를 따지다 보면 버릴 물건 하나 없다.
이때.
당신이 물건을 비울 때마다 자동으로 그 물건의 최초 구입가격만큼의 현금이 통장으로 입금된다고 하자.
@pixabay 자.
이제 다시 비울 물건을 골라 내 보자.
모든 고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단언컨대 당신은 지금 당장 사용하는 것 외의 모든 물건을 깡그리 다 비울 수 있다. 심지어 지금 간간이 사용하는 것들조차 이제 없어도 될 것 같다.
우리가 물건을 비우지 못하는 깊은 내면 속 진짜 이유.
구입가격을 따지기 때문이다.
물건의 앞으로의 쓸모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 구입한 가격을 계산하게 된다.
@pixabay 가만 살펴보자.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릴 목록에 들어가지 않은 물건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의 물건들이다. 물론 그 물건에 담긴 추억 때문인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그건 소수다.
지하상가를 지나다 '점포정리 일괄 만원'이란 글자에 충동구매한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천 원짜리 셔츠. 낡지도 않고 내 몸에 맞아도 절대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쉽게 골라냈다.
반면 입사 후 첫 보너스를 받고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구매했던 고가의 옷. 숨을 참아야 겨우 옷 속에 몸을 욱여넣을 수 있고 크게 숨이라도 쉬면 솔기가 터지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하면서도 '이걸 얼마를 주고 샀는데' 하는 마음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네이버이미지 언제나 한정된 재원으로 수많은 욕구 중 추리고 추려 구매했을 우리는 비우는 물건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개운함과 더불어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돈지X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까지 솟아오른다. 상태가 좋지 않은 물건이라면 그나마 나은데 새것에 가까운 상태의 물건, 심지어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을 과감하게 비우기란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물건을 껴안고 살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꼴이 된다.
구입 가격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도 보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pixabay
우리 집의 전월세 혹은 매매 가격을 실평수로 나눠보자. 물건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을 돈으로 환산하자. 물건 가격이 아무리 높은 들 집값에 비하겠는가? 다섯 평 큰 집으로 이사가 아니라 다섯 평만큼의 물건을 비워 공간을 넓히기로 했던 데는 그 이유가 있지 않았던가.
이 한 평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르는가. 매일 아침 가기 싫다 가기 싫다 하면서도 꾹 참고 출근하는 이유가 아닌가. 그 소중한 한평 한 평을 쓰지도 않는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는 거다. 물건과 더불어 그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수납장이 아주 값비싼 공간을 차지하고 있음을 명심하자.
물건을 비울 때마다 그 비워낸 공간을 얻기 위해 지불했을 금액을 벌었다고 생각하자.
@pixabay 이제 마음을 다잡았으니 디테일한 팁과 함께 보다 냉정한 시선으로 비울 물건들을 다시 추려보자.
물건을 비울 루트를 정해 놓으면 더욱 쉽고 빠르다.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중고 판매-내가 구입한 가격 대비 '후려치기' 당한 가격을 받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지인에게 나누기-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기쁨이 있다.
기증-적소에 물품을 보내주니 이보다 고마울 수 없다. 생각보다 기증할 수 있는 곳은 많다. 기증 가능 물품이 각각 다르니 선택하면 된다.
수거 서비스-무엇보다 빠른 시간 안에 내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일 때 유용하다.
분리수거-에너지가 부족하다면 과감하게 재활용장에 가져다 두고 필요한 누군가가 가져가거나 적어도 재활용되기를 바란다.
꼭 한 가지 방법으로만 비울 필요는 없다.
물건의 종류별(도서, 의류, 가전, 소가구 등)로
상태별로(미개봉 상품, 미사용, 사용한 것)
자신에게 최대한 맞는 방법으로 순서를 정해 비워 나가면 된다.
20평을 줄여 이사오며 엄청난 양의 물건을 빠른 시일 내에 비웠을 때 <지인에게 주기-필요 없다고 하면 기부-기부 안되면 나눔이나 판매> 순으로 정했다. 심지어 용달을 가져와 물건을 가져간 지인도 있었다.
작은 집에서도 비우기가 지속된다. 소량씩 기증도 하고 지인에게 택배로 물건을 보내기도 하며 방문해 가져갈 책들을 책꽂이 옆에 쌓아두기도 한다.
다만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적은 나의 심신의 평안을 위한 공간을 얻는 것임을 명심하자.
물건보다 공간의 값어치가 크다는 것을, 그 공간을 누릴 나 자신의 평온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확고한 우선순위를 가지면 비우는데 고민은 줄어든다.
이제 품목별로 보다 과감하게 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