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Nov 24. 2023

비우기로 공간 얻기-쉬운 시작

 마실 것을 준비하자.

 커피, 밀크티, 녹차, 레모네이드, 생수.

 아무거나 좋다.

 알코올? 당신은 배우신 분.


 더 나은 나로 변신하라며 채찍질하는  아니다.

 실감 없이 깨끗하기만 한 공간 자체가 목적인 건 더더욱 아니다.


 넓어진 공간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나 자신을 위함이다. 지금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작업은 편한 몸과 마음을 얻기 위함임을 항상 기억하자. 나를 위한다고 시작했는데 너무나 지치고 벅차다면 언제든지 쉬어가도 좋다.


 내일과 모레 조금 더 편한 나를 위 최대한  편한 름길로 함께 가자는 프로젝트다.

 늘 편하게 하자.


 음료를 챙겼다면 종이 한 장과 슥슥 잘 써지는 필기구 하나를 챙겨 테이블에 앉자.

 책상, 식탁, 책상 어떤 것이든 앉아서 쓸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종이에 오늘 날짜를 쓰자.

@pixabay-꼭 이렇게 예쁘게 생긴 것들이 아니어도 된다, 이건 사진일 뿐.

 지금까지 과정을 돌아보자.

 으응? 한 것이 없는데 무엇을 돌아보는가?

 

 깨끗이 세척된 컵과 주전자, 스푼으로 당신의 음료를 만들었는가.

 당신이 알고 있는, 언제나 제자리인 그곳에서 펜과 종이를 가지고 왔는가.

 바로 의자에 앉아 비어 있는 테이블 표면에 종이를 놓고 곧바로 쓸 수 있었던가.

 단 하나의 거침이 없이 진행됐다면 신은 정리정돈이 생활화되어 있는 거. 이미 충분하니 너무 가열게 하지 않아도 된다. 

@pixabay

 쓴 컵과 쓰지 않은 컵을 과학수사대 수준의 눈으로 분리해 음료를 담아야 했는가.

 서랍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펜을 찾고 책꽂이 위 어딘가에 올려져 있던 종이를 찾느라 시간이 걸렸는가.

 의자에 걸쳐있던 옷들을 옆으로 치워놓은 후에야 앉을 수 있었는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한쪽으로 밀어 종이를 놓을 자리를 마련해야 했는가.

 오늘 날짜를 쓸 때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우리와 함께 해야겠다.

 당신에게는 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앉아서 글씨 쓸 곳이 없다면 더더욱 필요하다.

 좌절은 필요 없다. 정리 잘하는 사람은 알아서 잘한다. 우리가 같이 하는 이유가 있지 않았던가.


 당신은 다른 이보다 혁혁한 비포 애프터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신의 노동과 노력은 가시적인 화가 선명한 공간을 당신에게 선물할 것이다.

 그러니, 기뻐하자.

@pixabay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핸드폰을 들고일어나자.

집안 곳곳 사진을 찍자.

손대지 않은 지금 상태 그대로 집안 구석구석 사진을 찍는다. 많을수록 좋다.


이번에는 닫힌 문을 열고 찍고 찍는다.

부엌 상부장 하부장 문을 열고 안이 보이게 찍는 거다. 옷장마다 열고 찍는다. 끝이 아니다. 판도라의 상자 같은 창고 문 열고 찍는다. 서랍도 열어 안이 보이게 찍는다.

충격적이다. 안다. 그래도 꿋꿋이 찍는다.


 이제 자리로 돌아와 놀란 가슴을 음료로 진정시키며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천천히 넘겨보자. 큰 화면일수록 좋다.

 

나름 열심히 청소를 하고 정리해 놓았다고 생각했던 집인데. 우리 집이 이렇게 어수선하고 정신없었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면, 정상이다.

사진은 실제보다 적나라하다. 육안으로는 전혀 거슬리지 않았던 물건들이 사진 속에서는 하나하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부엌에 매달아 놓은 조리도구들마저도 지저분해 보이는 게 사진이다.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 한 자매님 집의 비포 사진이다.

세상 어수선해 보이는가? 대대적 청소 전에도 자매님의 집은 언제나 청소가 되어 있어 깨끗했고  깔끔하다는 평을 들었다. 문을 열어 놓은 사진이라 이렇다.

안에 잘 쟁여 넣고 문을 닫아 깔끔해 보였던 당신의 집도 예외는 아니다. 활짝 열린 문 안의 쌓여있는 어마어마한 물건들이 보이자 마음이 답답해진다.


 우리 집의 실상은 이렇다.

 안에 숨겨놓아 그 존재를 잊고 있던 물건들이 이렇게나 많다. 비울 물건이 이렇게 많은 거다. 새로 생겨날 빈 공간들이 이렇게 많으니 또다시 기뻐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봤다 고개를 들어 눈으로 우리 집을 봤다 하며 마음의 충격이 크다.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끝.


 으응? 도대체 정리는 언제 한단 말인가.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오늘 찍은 사진을 보자.

 사진 속 모습과 당신이 원하는 공간을 번갈아 생각하자.

 사진 속에 보이는 필요 없는 부피 큰 물건들, 가구들, 고장 난 가전들을 체크하고 틈틈이 지금 탁자 위에 놓인 종이에 적어두자. 지난 일주일 간 사용할 물건과 버릴 물건을 생각해 두었다면 더욱 빠르고 쉬울 것이다.

 버릴 것(종량제봉투/폐기물스티커)

 줄 것(사람별)

 분리수거

 중고판매

기증

 등으로 처분 방법이 생각난다면 바로 나누어 쓰면 더욱 좋다.

 갤러리 편집 기능을 이용해도 좋다. 버릴 것을 표시하고 줄자를 찾아 가구와 공간의 너비를 재고 가구를 배치하자.

 여기서 잠깐.

 한 번에 줄자를 찾아왔는가? 당신은 정리를 그만두고 밖에 나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놀아야 할 것 같다.

 분명 집 안에 줄자가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 찾지 못하겠는가?-괜찮다. 이 연재가 끝날 때, 당신은 집안 모든 물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희망을 갖자.


 사은품으로 받았던 가전. 시원치 않은 기능 때문에 자리만 차지하고 사용하지 않았다. 표시하고 비운다. 안방 문이 닫히지 않았던 이유, 큰 책장. 아이 방에 넣어준다. 벽과 책장의 너비를 재니 가능하다. 표시해 둔다.


 의지에 불타 바로 집안을 다 뒤집을 기세로 시작해 물건을 몽땅 꺼내는 것은 많이 해 보았다.

 그 끝이 어땠던가?

 체력은 급속히 떨어졌고 바닥의 물건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위치를 바꿔보겠다며 끙끙대고 들었던 가구는 간발의 차로 들어가지 않았고 다시 제자리로 옮기며 의욕은 꺾였고 며칠간 온몸이 쑤셨다. 결국 집은 아무 변화가 없었고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은 빈 공간에나 쑤셔 넣고 문을 닫았다.


 이제 그런 건 그만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만 해도 힘든 체력이다. 아끼자.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일주일간 충분히 사진을 들여다보며 당신이 원하는 가구배치를 하고 버려야 할 부피 큰 물건들을 골라낸다. 쓸데없는 근력운동방지하자.


 중간중간 내가 원하는 공간의 이미지들을 찾아보자. 비슷한 평형대의 인테리어 사진을 보며 영감을 얻는 것도 좋다. 괴리감이 심하다면 이건 현실세계의 집이 아닐 테니 마음 상하지 말자.

pixabay 검색결과 화면- 검색어 interior

 우리의 체력은 소중하다.

 일주일 간 최대한 많은 구상을 하자.

 미리 잘 먹어두자.


 다음 주부터는,

 몸으로 한다.



이전 01화 다섯 평만 넓혀 이사가고 싶은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