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Dec 01. 2023

비우면 넓어진다고? 직접 체험해 보자-쉽게.

시작은 표면-쉽고 간단한데 효과는 크다

 그동안 집구석구석을 찍은 사진을 보며 머릿속으로 물건을 비우고 가구를 옮기며 구상을 했을 당신, 훌륭하다.

 오늘부터는 몸으로 한다.


 TV에 나오는 정리 프로그램처럼 "일단 물건을 모두 꺼내 놓으세요."

 이런 건 안된다.

 화면에 보이지 않는 정리업체 직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투입될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나 혼자 정리를 시작한 것도 큰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물건 꺼내다가 바닥은 카오스고 나는 이미 지친다. 문제는 그뿐 아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꺼내는 족족 물건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옷을 꺼내 패션쇼마냥 아래위 맞춰서 입어보고 있고 책을 꺼내 여태껏 읽지 않았던 것이 무색하게 초집중해서 읽고 있다. 소품 하나하나 추억은 왜 방울방울 떠오르는가. 몇 년을 쓰지 않던 가전제품은 왜 켜보고 있는가. 집안은 카오스고 시간은 훅훅 지나가고 체력은 순식간에 바닥난다.

TVN신박한 정리

 실패로 빠지기 쉬운 정리방법은 안된다.

 시작은 쉽고 간단하게 하자.


 오늘은 아직도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의구심을 해결하자.

 물건을 비운다고 진짜 공간이 넓어지는가.

 오늘 소소하게 정리를 시작하고 덤으로 비우면 진짜 넓어지는지 체험하자.

 집안에 존재하는 "상판"들.

 10평대 작은 집에도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 주방 싱크대, 아일랜드식탁인 척 두고 쓰는 수납장의 상판, 책상에 상판이 있다. 큰 집은 더 많을 테다.

 상판은 작업을 위한 공간이자 표면인데 작업의 편의를 위해 딱 손이 가기 좋은 높이에 위치하고 있다. 서서 바로 손을 뻗기 쉬운 곳에 아일랜드 식탁과 조리대가 있고 의자에 앉아 바로 손 닿는 위치에 식탁과 테이블, 책상이 있는 식이다.


 바꿔 말하면

 손에 쥐고 있던 물건들을 자연스럽게 올려놓기 아주 쉬운 장소라는 거다.

 붙박이장 문을 열고, 서랍을 열고 제자리에 물건을 넣어두는 것에서 공정 하나가 사라지지 않는가. 놓기도 편한데 꺼내 쓰기도 편하다.

 그러나 그 덕에 상판들에는 집 안에서 사용한 물건들이 하나씩 둘씩 놓이고 순식간에 표면은 물건들로 뒤덮인다.

 지금 당신의  상판들을 확인해 보자.

 표면 위에 아무것도 없는 집은 드물 것이다.


 식탁 위 각종 건강보조식품은 기본 장착이고 상부장에 제 자리가 있는 텀블러와 컵, 먹던 간식봉지올라가 있다. 주방에 관련된 것만 있으면 선방이다. 식탁만 보면 세상 공부 열심히 하는 것 같 각종 필기도구와 서적도 있다. 겨울이 되니 목도리 귀도리 핫팩 같은 방한용품까지 올려져 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관련된 용품만 놓여 있으면 괜찮은데 자기 자리까지 가다가 주저앉은 물건들이 너무 많다.

 

 상판이 덮여 있으면 집은 좁고 지저분해 보인다.

 오늘, 상판 위만 비워보자.

 손님이 오거나 마음이 어지러워 급하게 정리와 청소가 필요한 날에도 유용한 방법이다. 상판 몇 군데만 깨끗하면 집이 훨씬 깨끗해 보인다.


 집안 상판 중 가장 큰 것 3 싹 비우자.

(모든 상판을 비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없다.)

 식탁 위 놓여 있는 물건들은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자. 처음부터 이곳에 두고 썼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 공간을 마련해 넣어 보자. 앞에서 이야기한 건강보조식품 같은 경우 주방 서랍 한 칸이나 근처 붙박이장 한 칸에 넣어 두고 먹어도 괜찮다. 잘 세워둔 그릇도, 소품도 주방 수납공간에 보이지 않게 넣어보자.


 책상 위 잔뜩 올려둔 물건들도 제 자리를 찾아주자. 책들도 가능하면 책꽂이에 꽂아두고 책상 위는 비우자.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겠다며 책상에 앉았다가 나도 모르게 책상정리로 빠진 경험이 있지 않은가. 공부뿐 아니라 어떤 작업에도 말끔히 비어있는 책상에서는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세 곳의 표면을 비웠는가?

덤으로 쉬운 것 한 가지 더. 냉장고에 붙어있는 사진과 메모들을 모두 떼어 내 보자.

 가구를 버린 것도 아니오 상판만 비웠을 뿐인데 집이 한결 깨끗해 보이고 정돈되어 보이며 심지어 넓어 보인다.

넓고 깨끗한 표면의 힘이다.

 시야에 빈 벽과 빈 바닥, 빈 표면이 들어오면 그 공간은 훨씬 더 깔끔하고 넓어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상판들은 빈벽과 빈바닥의 역할을 한다. 일종의 착시인 거다.

 깨끗이 정리 정돈해 두어도 아무것도 없는 상판의 개운함에는 비할 수 없다.

 꺼내놓고 쓰는 것이 편할 수 있다. 수시로 사용하는 것도 모두 집어넣어 사용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건을 한 두 개 올려놓으면 그 개수가 많아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무것도 없이 항상 비어두면 가족들도 바로바로 제 자리에 물건을 올려두고 누구라도 빈 공간에서 자신의 작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선택의 문제지만 서랍을 열어 물건을 넣는 수고 한 번이면 쾌적함과 작업의 편리성까지 얻을 수 있으니 강력히 추천한다.


상판 비우기.

아주 작은 수고로 물건을 비웠을 때 공간이 넓어지는 것을 체험했으니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상판을 비우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해 일단 아무 데나 둔 물건들의 개수가 많았다면, 다음 주까지 준비하자.


 사진과 실물을 보며 "물건의 자리"를 정해주자.

 한 칸 한 칸 디테일하게 정하기 힘들다면 부엌 수납장에는 커피, 차 용품과 컵들-이런 식으로만 정해주자. 비슷한 용도끼리 모여 있어야 하고 모여있는 장소는 너무나 당연하게 당신이 그 물건들을 사용하는 그 장소여야 한다. 동선을 줄이면 살림이 쉬워진다.


미리 물건의 자리를 정해두고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비우기에 돌입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