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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Dec 15. 2023

옷 앞에 이런 말이 붙는다면 비워야 한다

 이제 진짜 비우기 돌입이다.

 첫 품목은 옷이다.

 

 옷장과 행거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옷들.

 조금만 신경 쓰이는 자리에 나가려고 해 만만하게 고를 옷이 없다. 큰 마음먹고 옷을 사 왔는데 받쳐 입을 옷이 없다. 급하게 구매하고 나니 너무나도 비슷한 새 옷, 존재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옷이 저 구석에서 발견된다.

 

 옷 가짓수가 많다고 옷을 잘 입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상식 수준이다. 오히려 정리되지 않은 옷장에서 찾아 입기만 힘들어지고 결국 앞에 나와 있는 옷들만 계속해서 돌려 입지 않는가. 의도치 않게 잡스가 되고 있다.

https://blog.naver.com/jongro_pr/221293778980

 즐겨 입는 옷은 따로 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도 가늠되지 않는 저 옷무덤을 정리하고 낙낙하게 걸려 있는 마음에 드는 옷들을 골라 입자.


 분명히 알고 있는데 막상 비우려고 하면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설레면 남기라는 그 유명한 곤도마리에의 의도와 달리 이상하게 옷을 드는 족족 마음이 설렌다. 몇 년 동안 안 입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이건 이너로 입으면 될 것 같고 저거는 집에서 입으면 될 것 같고 이건 여기만 좀 손보면 될 것 같다며 창의력 맥스가 된다.

@pixabay

그러지 말자.

옷 앞에 이 말이 붙는다면 비워야 한다.


과거 시제가 나온다면 비워야 한다. 

'이거 예전에 잘 어울렸는데', 혹은 '살 때 비싸게 주고 샀는데'는 결국 '지금은 안 어울린다', '안 입는 걸 알 알면서도 비싸서 못 버리고 있다'와 같은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모는 변한다. 어울리는 스타일도 달라진다. 들어간다고 다 입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은 비운다. 날마다 어울리는 옷만 입으면 된다.


'이건 다 좋은데'로 시작하면, 비운다

'다 좋은데 옆이 너무 파여서', '다 좋은데 어깨가 끼어서 불편하다.'라면 결국 그것 때문에 못 입는단 소리다. 알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에 입고 나가면 하루 종일 신경 쓰이고 불편해서 어서 집에 가서 벗어야겠다는 생각 머릿속에 가득 찬다. 불편함을 사서 하지 말자.  꺼려지는 부분이 있으면 비운다.


외출은 못하겠다면, 비우는 거다.

 입었다가 외출 직전 벗어놓은 옷이라면, 심지어 몇 번 반복했다면 그건 반드시 비워야 하는 거다. '너무 낡아 회사에는 못 입고 가겠다'면 사실 어디라도 나가면 안 되는 거다. 외출할 때마다 꽃단장을 하고 나가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가 누추해 보여 위축되는 옷까지 입고 다닐 필요는 절대 없다. 내 걸음걸이에 힘이 들어가는 단정한 옷만 입자.


집에서만 입어야겠다 혹은 집 앞에 나갈 때만 입어야겠다, 이건 핑계다. 비우자.

 외출복과 홈웨어가 괜히 나뉜 것이 아니다. 집에서 입는 옷은 봉제선이 적고 피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다. 불편하거나 낡아서 입지 못하는 외출복을 집에서 입지 말자. 집에서는 가장 편한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 집 앞에 나갈 때만 입을 용도의 옷도 놔둘 필요 없다. 도대체 반경 몇 미터까지가 '집 앞'인가. '나온 김에 거기도 들러야겠다' 했다가 '아 옷 때문에 못 가겠구나.' 할 옷을 입을 이유가 대체 무언가. 비워야 할 것을 알면서 그럴 수 없을 때 붙이는 핑계일 뿐이다. 비우자.


'이거 안 입은 지 몇 년 됐다'면 비우자

이보다 확실한 기준은 없다. 마지막으로 입은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옷들. 두꺼운 아우터가 아니라면 정말  관대한 기준으로도 5년 이내 한 번도 안 입었다면 향후에도 입지 않을 거라는 소리다. 이 옷을 찾아 입는 것은 '이 옷을 한번 입어줘야겠다'는 의무감일 뿐이다. 다시 한번, 그럴 필요 없다.

@pixabay


 여타의 물건들과 달리 옷은 시간이 흐르면 한 번씩 솎아내줘야 한다. 입을수록, 세탁할수록, 심지어 자주 입지 않아도 낡는 데다 앞에서 말했듯 나의 나이 듦에 따라 비워내야 할 옷도 생긴다. 그렇다고 매번 싹 다 꺼내서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시작은 옷 정리였으나 패션쇼로 빠지기 쉽다. 비울 옷을 솎아낸다고 시작했으나 이 옷과 함께 입을 다른 옷을 사야겠다는 결론을 내고 만다.


 계절이 바뀐다고 따로 옷 정리가 필요 없는 참으로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사용하자. 이렇게 확 정리한 후 옷장을 유지하기에도 적합하고 입지 않는 옷을 바로 솎아낼 수 있다.


 계절별 옷 정리 없이 그 계절에 맞는 옷을 바로바로 찾아 입을 수 있는 팁. 옷을 거는 방법에 있다.

 오늘 입은 , 세탁한 옷을 걸 때 제일 오른쪽에 건다. 내일도 역시 제일 오른쪽에 건다. 그게 끝다.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계절이 지난 옷들은 점점 왼쪽으로, 지금 입는 옷들은 차곡차곡 오른쪽으로 쌓인다.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는 가장 왼쪽에서 옷을 꺼내 입고 오른쪽에 걸게 된다. 날 잡아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계절별로 옷이 구분되고 철에 맞는 입을 옷을 찾기 위해 옷장 전체를 헤집을 필요 없이 양쪽 끝에서만 옷을 골라 입으면 된다.

 지금 한창 입는 약간 두꺼운 바지가 가장 오른쪽에, 그 왼쪽에 늦여과 초가을에 입었던 옷이 있으며 여름 바지는 왼쪽으로 많이 움직였다. 그리고 가장 왼쪽에 아직 입지 않은 한겨울 바지가 있다. 더 추워지면 이제 가장 왼쪽은 한여름 바지가 된다.

 만약 이 루틴 두세 번 반복된 와중에 늘 왼쪽 구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옷이 있다면, 그 옷은 계속해서 입지 않았다는 거다. 손이 안 가는 옷은 다 이유가 있다. '언제 안 입는 옷 한번 싹 정리해야 하는데'라는 마음의 짐을 가지고 무엇을 비울까 시간 내 발굴하지 말고 그 옷들을 비우면 된다.

 개수가 많은 상의와 아우터도 같은 방식으로 돌아간다. 옷걸이에 걸어두지 않고 서랍에 넣어 입는 옷들도 똑같이 정해진 한쪽으로만 넣으면 된다.


 늘 한쪽 끝으로 옷을 수납하는 한 가지 방법만으로도 '갑자기 추워졌는데 언제 옷 뒤집지?' 하는 고민도, 겨우 쉴 수 있는 주말 하루 반납하고 먼지 마셔 가며 옷 정리를 하는 공정을 반복할  필요 없다.


 공정은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다.

 이제 유지만 하면 된다.


 오늘 당신은 엄청난 일을 해 다.

 한들한들 숨을 쉬며 걸려 있는 옷들을 보며 마음껏 기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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