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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y 03. 2022

낮술, 귀한 낮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마법의 한 잔

 낮술이 좋다.  시작부터 주정뱅이 같지만, 진심으로 낮술이 좋다. 

 나에게 낮술은 마음먹는다고 아무 때나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낮술을 좋아하는 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 셈이다.


 학에 가서 음으로 밝은 대낮에 술을 마셨다. 진정한 자유인이 된 기분 들어 장에 낮술을 좋아하게 됐다. 저녁에도 다양한 술자리에 참석하던 시기였지만, 이상하게 낮술은 제일 친한 친구와 . 기미 따위 걱정하지 않고 우리도 광합성이 필요하다며 일부러 햇볕이 잘 드는 잔디밭을 찾아 앉았. 한 모금 마시고 햇볕에 유리병을 비추면 그 안에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병맥주가 이었다.

 리는 을 보고 앉아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음악을 , 멀쩡한 도서관 놔두고 잔디밭에 취리포트를 기도 했다. 맥주 한 병 기운에 속이야기가 나와 수업은 다 째고 저녁까지 이어 마신 적도 있다.

 저녁 술보다 훨씬 더 적은 알코올 금방 기분이 좋아지고,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마법의 기운 같은 것이 낮술에는 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고 육아가 시작되니, 낮술 한잔 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닌 거다.


 일단, 회사를 가지 않은 날이어야 한다.

이미 일주일에 5일이 빠진다. 휴가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워킹맘처럼 아이 일로 휴가를 사용한다. 아니면 평일에만 가능한 사무를 위해서이다. 그도 저도 아니면 정말 아파서 못 가는 날인 거다. 주말이나, 평일 '내가 쉬기 위해' 휴가를 낸 날이어야 하니 셈하는 날짜가 훅 줄어든다.


 모두가 운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심지어 여행을 가서, 저녁 술은 마셔도 낮술은 쉽지 않은 이유다. 요일 점심,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삼겹살을 먹으, 짠-하고서 시원하게 맥주 마시면 정말 좋겠면서도 각자 집으로 운전해야 하니 그 한잔을 마시질 못하는 것이 낮술이다. 


 전히 자유로운 하루여야 한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거나, 이따 무언가 할 일이 있으면  마실 수가 다. 걸 마시고 알딸딸함을 누리며 잠깐이라도 널브러져 있어도 되는 날, 술을 마셔도 아무 지장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날이어야 한다.


 남이 차려준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어야 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술기운을 참아가며 설거지를 하고 치워야 한다면 완전히 편안한 마음으로 낮술을 마실 수가 없다. 밖에서 남이 차려준 맛있는 걸 먹는 호사를 누릴  낮술의 시간이다.


 혼자 낮술 당기지 않는다. 같이 마실 마음 맞는 사람은 필수 조건이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먹을 수 있는 게 낮술이다.

 그리고 이 조건이 다 들어맞는, 그  귀한 기회가  이제 낮술은 선택이 아니다. 꼭 마셔줘야 하는 거다. 안 마시고 넘어가면 두고두고 아쉬울테다.


 안 그래도 행복한 그 시간,  낮에 가운 맥주 한 잔을 마시면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나다. 부러운 사람이 없다.


 그 귀한 낮술을 마셨다. 한참 수다 떨다 목을 축이느라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맥주부터 한 모금 마다. 빈 속에 차가운 맥주가 목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제대로 실감다. 한 잔 비우기 전에  바로 흥이 난다. 역시 낮술은 가성비가 좋다. 아주 조금에도 이렇게 신 날 수가 없다. 쓸데없이 하고 다니는 긴장이 풀리며 단순한 사람이 된 것 같 좋다. 딱 기분 좋은 그 상태로 걸으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해가 지기 한참 전에 이미 모든 알코올 기운은 사라지지만, 귀한 낮술로 얻은 그 꽉 찬 마음은, 몇 달이 간다.


낮술, 정말 귀한 낮술이다.

올해는 귀한 낮술을 더 많이 마셔야겠다.


글 마무리도 주정뱅이 같지만, 수미일관이 별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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