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Apr 15. 2022

'정리 안됨' 레전드 사연

정리 좀 못해도 괜찮아요


  한 달 전쯤 아이가 집에 있는 AI스피커한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더니 '컬투쇼 레전드 사연'을 들려주었다. 아이는 이렇게나 재미있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며 바닥을 구르면서 사연을 듣는다. 컬투쇼도 재미있는데 그중 '레전드'만 뽑았다니 재미없을 리가 없다.

얼마 전에 세 가닥 있던 머리털이 뽑혔다, 그래도 여전히 말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다


 나도 그래서 그 표현을 빌려본다. 내 주변의 정리 안 되는 사람 중 레전드를 꼽아봤다.

 

 예전에 정리가 안 되는 사람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나와 친한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정리보다는 요리 쪽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둥글둥글 잘 지낸다. 이들우리 집에 오면 '나도 집 치워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아도 든단다. 나는 늘 괜찮다고 말해준다. 나랑 비교하지 말라고, 내가 결벽에 가까운 거지 너는 평범한 거라고.그래도 자꾸 의기소침해지면, 내가 아는 이분의 이야기를 해준다.

 

'나는 왜 정리를 못하는 걸까' 고민이 된다면,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 아 나는 정리를 잘하고 있구나~ 하고 힘을 내면 좋겠다. 정리 못해도 괜찮다.



 이 분은 내가 아는 A언니의 어머니다. A언니는'맨날 대충 집에서 해 먹어'라고 하면서 레스토랑에서 나올만한 음식 사진들을 보내줬다. 집이 너무 더러워 사람을 부를 수가 없다 하여 실물은 못 봤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는 달리 본인이 정리를 못한다는 사실에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 언니의 멘이 워낙 탄탄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늘 엄마를 보면서 나는 그래도 상식 선에서 정리를 하는구나 하는 희망을 가진 다는 거다.


 A언니의 어머니는 일평생 정리와는 거리가 먼 분이셨는데, 신기한 건 본인은 늘 당신만의 룰에 의해 완벽하게 정돈이 되어있는 상태라 하신다는 거다. 정신없는 찬장을 좀 정리해놓으면, 본인의 동선에 딱 맞춰서 배열을 해놓은 건데 그걸 망쳐놓았다고 하신다. 게다가 늘 발 벗고 나서 다른 사람 정리를 도와주려고 하신다.

A언니가 이사하는 날, '제발 우리 엄마가 바쁘셔야 할 텐데' 했으나. 어머니는 시간을 쪼개 언니 집에 오셨고, 언니가 바쁜 사이, 나름 이삿짐 정리를 끝내 놓으시고는 '내가 정리 싹 해놓았으니 넌 이제 쉬어라' 하시며 가셨단다. 언니는 물건을 찾을 때마다 이것이 여기서 나올 수 있는 건가 하며 경악을 했는데, 심지어 신발장에다 전장김(김밥김)을 열을 지어 차곡차곡 넣어두고 가셨다.


 하루는 언니가 마음을 잡고 주방을 정리하려고 주방 살림을 싹 다 꺼냈다. 의지는 창천 했으나 이미 꺼내느라 기운이 다 빠진 언니는 널브러진 주방에 앉아서 내가 왜 꺼냈을까 후회를 하며 나와 카톡을 하고 있었는데, 낮잠을 자고 있던 딸이 방에서 나와 난장판이 된 주방을 보더니 하는 말


'엄마, 할머니 오셨어?'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https://brunch.co.kr/@0707d9594a104b8/9










이전 15화 예외 없이 가장 높은 사람은 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