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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Sep 02. 2022

내게서 찾은 부유층의 특징

세신 예찬

 전히 확진자 안전 안내 문자는 진득하게 오지만 주변에 한 명이라도 나오면 마치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것 같은 초기의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구나 싶을 때가 많다.


 코로나로 인해 완전히 중단하고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 공중목욕탕 가기.

 어릴 때에는 내 모든 숨구멍들이 다 막 듯 숨이 가빠지는 목욕탕 따라가기가 그렇게 싫었다. 그런데 오로지 쉬고 놀고 기 위한 장소, 찜질방 생겼다. 신난다고 마법의 팔찌를 마구 찍으면 정산할 때 깜짝 놀랄만한 금액을 만나니 자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월급날엔 간혹 찜질방에 가서 세신을 받은 후 땀을  빼고 구운 계란과 살얼음 식혜를 먹었다. 온몸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그 상쾌한 기분. 그때만큼 돈 버는 보람을 느낄 때가 없었다.


 얼마나 게으르면 지 몸뚱아리 때 미는데 남의 손을 타냐는 소리도 들어 봤지만 전문가에게 받는 세신은 다르다. 톡톡하게 값어치를 한다.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언젠가부터 나 이제 때 다 불렸는데 왜 안 불러주나 노심초사하다 "245번!" 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네~!" 대답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뛰쳐나간다. 어쩌다 한번 가니까 매번 순서가 헷갈리고 분홍 테이블에 올라갈 때마다 미끄러질까 긴장된다.


 엄청 힘드실 테니 길게 말하지 않아도 한 번에 알아듣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곳은 소리가 울리니 귀를 쫑긋하고 들어야 한다.

'똑바로' 이러면 천장을 보고 누우라는 건가. 해보고 진행이 되면 아 맞나 보다 안심을 한다.

'이짝' 이라는데 이게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고민된다. 망설이고 있으면 때수건으로 테이블을 치신다. '이짝!' 아 왼쪽이구나.

 다음에 '저짝' 할 때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오른쪽으로 눕는다.  

'으쌰'하면서 등을 미시면 코어에 힘 바짝 주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원래 목은 안 해주는데 서비스야'라면서 뒷목을 손가락으로 눌러주시면 세상에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끝. 샤워하세요' 소리에 샤워로 비누 거품을 씻어낸다.

 내 살갗의 얇은  하나가 벗겨진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피부가 보들거리고 형광등 밑에서 무릎은 번쩍인다. 0.5 kg은 덜어진 것 같이 걸음걸이도 사뿐거린다.


 아. 세신 받은 지가 몇 년인가.

 세신을 재개한 A가 얼마 전 목욕탕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해준다. 70대로 보이는데 온 몸에 반점 하나 없이 희고 깨끗한 피부를 가졌다. 피부 하나만으로도 고생하지 않고 여유 있게 살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단다. 그런데 세신을 받은 그녀가 세신사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탕이 쩌렁쩌렁 울리는 큰 목소리로 마치 아랫사람 부르듯 '아줌마~!' 하면서 돈을 받아가라고 부르더란다. 사람 시키는 게 몸에 배었구 싶었다는 그녀.


 몇 년 전 한 온라인 카페에 '자기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진짜 부유층'들에게만 보이는 특징이 뭐가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진 글이 올라왔다. 재미로 이야기해보자는 글에 달린 댓글들이 어찌나 심오한지 하나하나 정독을 했다.

 '투자 결정이 빠르다, 절대 자기 입으로 돈 많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허투루 돈 쓰지 않는다' 등의 성향 외에도 '로고가 없어 브랜드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비싸 보이는 옷을 입는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머릿결이 좋아 빛난다, 아주 예쁘지 않아도 절대 성형하지 않는데 피부에서는 광이 난다' 등의 외적 모습도 있다. 중 눈에 띄는 것이 '자연스럽게 사람을 시키는데 또 그걸 하게 된다'였다. 백화점 고객센터에서 자기 필요한 봉투를 하나 달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니 직원이 저도 모르게 봉투를 찾아 갖다 주더라는 거다.  


 A가 마주친 그녀도 그 부유층 중 하나였던 걸까?

카페 글 이야기를 해주며 A에게 말한다.

"우리도 절대 성형하지 않잖아? 부유층 특징에 하나 해당되는 거야."


오토바이 헬멧을 줍고서 '이제 오토바이만 주우면 되겠다!' 했던 최불암 아저씨도 웃으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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