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된 아이가 학교에서 적어 온 '올해 하고 싶은 일' 3번에 '이사 가고 싶어요'가 있다. 엄마는 작은 집 생활이 흡족하다고 글까지 쓰고 있는데 아이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건가? 살짝 긴장해서 이사온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이사 가고 싶냐니 그렇단다. 왜 가고 싶냐니까 '거북이 키울라고' 한다.
아이는 동물을 그렇게 키우고 싶어 한다. 집에 사슴벌레 한 마리가 있지만 '내가 걸어가면 나를 따라오는' 동물을 키우고 싶단다. 하지만 나는 동물을 키우는 게 두렵다. 야행성이라 낮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는 사슴벌레도 가만히 있으면 그새 걱정이 되어서 더듬이를 움직이는 걸 볼 때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키우던 동물이 아프거나 죽으면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얼마나 키우고 싶으면 하루 한 장도 괴로워 하는 공부 만장을 하겠다고...
지난겨울에 아이는'햄스터의 다짐'을 써왔다. 종이에 적은 거니까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 말란다. '무시하지 말아주세요'라고 까지 쓰여 있어서옆에 앉혀놓고검색을 해보니 햄스터 키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려면 최소 직경 1m 이상의 우리에 새끼를 낳을 때 분리해줄 공간도 필요하단다. 그 긴 걸 다 읽어주면서 안 되겠다고 했는데, 며칠 뒤에는 '도마뱀의 다짐'을 써왔다. 도마뱀은 정말 오랫동안 졸랐다. 결국 도마뱀을 직접 만져보고먹이도 줘 보며, 분양까지 받을 수 있는 곳에 갔는데, 살아있는 밀웜을 도마뱀한테 먹이는 건 못하겠다고다행히 마음을 접었다. 그러다 육지 거북으로 넘어갔다. 채소만 먹는 거북은 키울 수 있다는 거다. 도마뱀을 아주 힘들게 포기한 걸 알아서 나는 거북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큰 동물장이 필요한데 우리 집엔 둘 곳이 없으니 나중에이사 가면 그때 키우자 하고 핑계를 대며 설득했다.
거북을 지금 키우고 싶으니 올해 바로이사 가면 안 되냐고 물으며 나를 보는데, 웃기면서도 난감하다. 이사 가면 거북이키우긴 할 건데, 엄마는 지금 이 집도 좋고, 이사를 간다는 건 아주 간단한 게 아니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큰 집으로 가려면 돈도 많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주니 "애슐리 몇 번 참으면 되는데?"라고 묻는다. 딴에는 그렇게 많은 음식이 한꺼번에 펼쳐져 있는 그곳이 가장 비싸 보였나 보다. 아. 경제관념 없어서 귀엽다. 웃음을 참고, 응, 아주 많이 참아야 할 것 같은데?라고 했더니, 그럼 내일 하루만 가고 앞으로는참겠단다. 거참,'다이어트는 내일부터'도 아니고.
작은 집에 오기 전부터, 그리고 살면서도, 어른은 괜찮은데 아이는 어떨지 가끔씩 신경 쓰였다. 특히 다른 집에 갔다돌아오면 작은집 크기가 확 체감이 되니 아이 눈에도 비교가 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집에 들어오며 "아 역시 우리 집은 깨끗해, 집아 오랜만이다"하며 좋아한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보고, 지금은 작은 집에서 아이도 어른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