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Oct 19. 2022

예외 없이 가장 높은 사람은 나다

 극적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한 번의 연장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고 일단 등록한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쓸데없는 잡생각과 미리 하는 걱정 말고 일단 하자.


 지금까지 시간과 돈을 투자해 규칙적인 운동을 한 적은 많지 않다. 지금은 걷는 건 좋아하지만 예전에는 어떻게든 안 움직여 보려고 를 썼다. 숨쉬기 운동 충분히 하고 있다며 다이어트 용도가 아니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 참으로 무모한 시절.


 대학교 4학년 때 집 앞 헬스장에서 처음 운동을 시작했는데 가만히 손잡이만 잡고 서있으면 바닥이 아주 빠르게 흔들리며 근육을 이완시켜준다는 운동기구와 벨트 마사지, 이렇게 두 개가 제일 좋았다. 두 군데 모두에 사람이 있으면 헬스장에 달린 작은 찜질방에 들어앉아 다가 어디서 야매로 땀을 빼냐며 코치에게 구박을 받았다.


 정말 억지로 근력운동을 할 때면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중독이 된다던데 도대체 그게 언제인 거냐.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면 약이 바짝 오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고 있어야 하는 건가 화가 났다.


 그런데 운동 두 달 만에 복근이 생겼다. 어이쿠 이런 깜짝 놀랄 일이. 방송에서 보던 식스팩과 달리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알아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복근은 복근이다. 체질적으로 근육이 쉽게 붙는 사람이 있단다. 그게 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렇게 붙은 근육은 또 쉽게 사라진단다. 그때 만났던 나의 복근을 그 뒤로 다시는 보지 못했다.


 오랜 시간 후에 어깨와 목 통증, 그리고 두통 때문에 요가를 한두 달 했는데 요가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 동작들을 하기에 나의 몸에는 유연성이란 것이 너무나 부족했다.


 다리를 쭉 펴고 발끝을 잡으라는데 아무리 팔을 뻗어봐도 발가락에 닿지 않는다. 앞에 거울을 보니 다들 다리와 상체가 찰싹 붙어 납작하게들 있는데 내 등만 둥그렇게 높다. 유연성을 요하는 자세마다 거울에 비친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은 늘 나였다.


 그 뒤 업무시간보다도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피해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운동한 것이 가장 장기간, 가장 높은 출석률을 기록했던 기간이었다. 그때도 역시 근력운동은 힘들었고 몸을 마는 것도, 자세를 낮추는 것도, 팔의 힘으로 몸을 들어 올리는 것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그 뒤로는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로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유는 없애고 핑계는 대지 않기로 한다.

얼마 만의 요가인가.

내심 기대했던, 누워서 하는 동작은 거의 없다. 누워서 호흡하고 명상하라는 시간이 제일 좋은데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의 몸은 뻣뻣하다. 이변이란 것은 흔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오랜만에 시도해도 역시나 나의 발끝은 멀기도 멀다. 이제 알아서 발목을 잡을 줄 안다. 동작마다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알려주고 '여유가 되면' 이렇게, '더 여유가 되면' 이렇게 하라 알려주는데 기본적인 자세를 하기도 몹시 빡빡하다. 그런 여유, 가져봤으면 좋겠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버티라는데 언뜻 보니 역시나  여기서도 가장 높은 사람은 나다. 아. 이렇게 20년을 한결같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와완 튜우 뜨리~ ' 하는 시간이 이렇게나 길다. 무릎 뒤가 몹시 찌릿거린다. 힘들게 버티고 이제 일으키려고 하는데 바로 이어 '뜨리 튜우 와완~'. 원망스럽다. 아아아. 앓는 소리가 나온다. '무리하지는 마시고 할 수 있을 만큼만 하세요'라는 선생님의 위로, 몹시 익숙하다. 그래, 분명 예전에도 들었다.


 단 하나 잘하는 것은 코어 힘을 이용한 자세들.  신기하게 이것만 잘한다. 그러고 보니 체력장 때도 윗몸일으키기를 잘했다.  

요가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한 100가지 동작을 했다 치면, 그중 잘하는 것은 5개 미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것 자체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

 일주일에 달랑 100분의 운동시간. 그러나, 나는 슬쩍 기대해 본다. 

찰나라도 좋으니 아주 오래전 너무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진 그 복근을 만날 수 있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