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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Aug 29. 2022

층간소음 덕 뜻밖의 호사

 초등학생의 월요병은 직장인보다 더 하다.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놀다 제도권 교육에 입문하자마자 왜 시간은 주중에는 나무늘보처럼 느리면서 주말에는 치타처럼 빠른 거냐고 울부짖었다. 명확한 놈.  


 그러나 월요일 휴가는 주말의 시간도 나름 정상적으로 흐르게 다. 어느 요일의 휴가라고 기쁘지 않을 리 없지만 이건 금요일 오후부터 람을 여유롭 다.


 느지막이 일어나 공 들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개학 임박이니 이 기회에 저절로 눈 떠질 때까지 자라 아이 깨우지 않는다. 커피를 려 마시려는 순간 엄청난 강도의 드릴 소리가 난다. 아파트와 층간소음은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란 걸 익히 알고 있지만, 오늘의 드릴 소리는 우리 집 천장이 무사한지 올려다보게 되는 수준이다. 바로 윗집에서 공사를 하나 보다. 골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딱이다. 급하게 씻고 태블릿과 게임기 챙겨 음에 깬 아이 함께 카페로 발한다.


요일 아침 카페에서 브런치라니! 계획에 없던 카페 나들이에 아이도 나도 급 흥이 난다.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공사 안내문을 보니 우리 집 위층은커녕 한참 아래층의 철거공사였다. 아파트란 것이 이렇구나. 금없이 깨닫다.


 가할 줄 알았던 카페는 아이와 대각선으로 앉아야 할 만큼 꽉 차 있다. 평일 오전에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 내가 오늘 그 사람이라며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한테 자랑질을 한다. 미안하다. 너무 좋아 그랬다. 

 브런치 메뉴에 좋아하는 콜드브루까지 받아 든다. 역시 남이 차려준 건 다 맛있다. 오늘은 더더욱 맛있구나. 샐러드 속 풀때기들이 이렇게 싱싱하고 아삭하게 씹힐 일인가. 똑같은 삶은 계란인데 왜 남이 해서 샐러드에 넣어준 계란은 이다지도 매끈거리고 탱글거리냔 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내가 집에서 못해먹는 콜드브루라는 생각에 더욱 쌉싸름하고 향긋하고 개운하다.

 이 모든 쾌한 미각오늘이 월요일 아침이고, 이것이 남의 노동에 의한 밥상이라 그 게다. '왜식 금지'를 새기고 자중하던 중이었으나, 오늘의 브런치는 그동안의 인고의 시간을 한 순간에 보상해 주는 기분이다.


 장을 부리며 브런치를 먹고 관대하게 게임기를 내준다. 갱년기가 의심스러운 엄마 앞에서 아무래도 자기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다던 초등생 입에서 엄마 사랑해요 소리가 바로 나온다. 그래, 너도 오늘 휴가다. 그리고 나는 늘 상상하던 구도 그대로 콜드브루를 오른쪽 옆에 두고 태블릿을 연다. 전업 작가가 되면 이런 기분을 매일 누릴 수 있을까. 이것이 일상이 되도 나는 어쩐지 매일 새롭게 행복할 것 같다면서 아무 짝에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한가로이 하고 있다.


 과일쥬스 옆에 놓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아이도, 평일 아침 카페에서 한갓지게 글을 쓰고 싶다는 자그마한 로망을 실현한 나도 더없이 만족스럽다.


층간소음 덕에 뜻밖의 호사를 누린다. 복이 별 거 없다. 바로 지금 행복하다.



https://brunch.co.kr/@0707d9594a104b8/142



대문사진 출처: pixabay.

먹을 거 앞에 두고 사진 찍기... 그거 참 안된다. 사진 찍어야겠다 생각했을 때는 이미 반 이상 먹고 없었다. 결국 남의 브런치 사진을 갖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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