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도로는 언제나 혼란스럽다. 도로 위는 차량과 사람, 그리고 수많은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복잡한 풍경 속에서 나는 한 무리의 남자들을 목격한다. 히즈라다. 차가 막혀 꼼짝도 못 할 때면, 나는 어김없이 이들 히즈라를 마주한다. 진한 화장과 현란한 옷차림, 그리고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간절한 눈빛으로 내 차 창문 너머로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은 늘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히즈라(hijra)는 제3의 성을 가진 사람들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 틀을 넘어선 이들이다. 대부분 외모는 남자인 듯하지만, 옷차림은 화려한 여장을 한 이들이다. 그들은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정규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다. 그들은 도로에서 돈을 요구하고 돈을 주는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자신들의 손에 입맞춤 후 상대의 이마에 손을 댄다.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그들끼리의 의미이다.
그들은 사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거리의 냉혹함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으려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아픔과 고독을 겪었을 것이다.
까만 목에 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 하얗게 감싼 얼굴은 마치 외로움을 감추고 자신들도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을 표현하려는 듯도 싶다. 붉은 립스틱으로 도드라진 입술 역시 사회가 아무리 그들을 소외시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하다.
어설프게 그려진 삐뚤어진 아이라인, 핫핑크와 금색의 화려한 색상의 사리를 걸친 모습은 도로의 너저분함과 낡은 회색빛 풍경과는 대조되어 강렬하다. 교통 체증으로 서 있는 차들을 비집고 당차게 걸으며 차들의 창문을 두드릴 때마다 그들의 반짝이는 팔찌와 찰랑이는 발찌의 금속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그러나 그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긴장감과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내 앞차의 창문을 두드리며 손을 내밀고 생존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 눈빛에는 간절함이 있고 돈을 요구하는 손길에는 절박함도 서려 있다. 그러나 그 눈빛은 또 한편으로는 매섭고, 도망갈 곳 없는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눈빛은 차창 너머로 뚫고 들어와 내 마음속 깊은 곳을 흔든다.
드디어 그들이 내 앞까지 다가와 창문을 두드리려 하자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들은 외국인인 나에게 유독 더 오랜 간절함을 보낸다. 몇 분 같은 몇 초의 정적이 흐르고 창문에 선 그림자가 사라지자 나는 안도와 힘겨운 한숨을 내쉬고는 밖을 다시 바라본다. 반대편에 서 있던 낡은 택시의 나이 많은 기사가 이미 열려있던 창문을 통해 동전을 건네자 히즈라는 또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추고 기사의 이마에 대며 축복을 빌어준다.
기사는 과연 자신을 위해서 돈을 주었을까, 히즈라를 위해서 돈을 주었을까. 궁금증만 더해졌다.
그들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가지는 감정은 동정과 두려움이다.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이들의 삶은 과연 어떠할까. 차별과 외면 속에서도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야 한다.
절망과 희망이 얽혀 있는 그들의 눈동자를 보니 거리의 인간답지 않은 삶이 그들의 꿈과 현실을 어떻게 갈라놓았을지 가슴이 아파왔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일상에서 각자의 이야기와 아픔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오늘도 절대 적응되지 않는 인도의 거리를 지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