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흔한 골목길

풍경

by 박소민

오래된 건물의 곰팡이 냄새, 향냄새, 이상야릇한 음식 냄새가 뒤섞인 이 냄새를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하나같이 분명 내가 싫어하는 냄새이지만 이상하게 또 그렇게 싫은 냄새는 아니다. 정겹지만 정겹지 않은 오래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누군가의 오래된 땀, 습기 가득 찬 나무 향이 뒤엉켜 머리를 어지럽힌다.

햇빛이 겨우 스며드는 좁디좁은 골목길에는 한 세기 전의 시간마저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시멘트와 흙이 뒤섞인 바닥은 군데군데 깨어지고 울퉁불퉁하다. 지저분하게 쌓인 상자들과 부서진 간판이 골목의 양쪽을 장식하듯 흩어져 있어 숨 막히는 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이곳에서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많은 상인은 손때 묻은 나무 테이블 위에 허름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물건들을 아무렇게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게 맞는지 누군가와 늘 바쁘게 말을 주고받는다.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지나가는 모든 사람과 대화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내가 그들의 언어를 할 수 있었다면 아마 나도 그 대화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하우 마치, 오케이, 땡큐” 이 세 단어 말고는 나는 그들과 소통할 수 없음에 때로는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낡은 천 조각과 허름한 셔츠, 형형색색의 오래된 의류는 전깃줄에도 나무 위에도 담벼락 위에도 마치 그곳의 자부심처럼 아무렇게나 툭툭 걸쳐져 있다.

코를 훌쩍이며 언제 세탁했는지도 모를 검은 때가 가득한 옷을 입고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 간혹 아랫도리를 상실한 아이들도 보인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해맑게 웃고, 그들의 웃음소리는 가난한 현실에서도 찰나의 밝은 빛이 된다.

불에 검게 그을린 주전자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짜이(인도인들이 즐겨 마시는 차)를 포기 할 수 없는 삶과 그것으로 견디고 살아가는 삶의 강인함이 묻어난다. 차를 우려내는 노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낡고 구부러진 의자들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도 있다. 어느샌가 모여든 사람들 틈에 끼어 하마터면 나도 짜이를 주문할뻔했다. 아니 이미 주문했다. 가난하지만 그렇지 않은 척 너무도 밝은 얼굴로 짜이를 주문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이방인 이지만 이방인이 아닌 척 그들 속에서 이곳에서의 평범함과 익숙함을 자랑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주름 많은 노인의 손길과 가난하지만 깊은 정 만큼이나 생강 향이 진하다.

이 오래된 골목길에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흔적들이 스며들어 있다. 사람들의 숨결과 발걸음, 수십 년간 쌓인 기억들이 이 길의 숨은 이야기로 남아있다. 그 낡음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온기가 오늘도 좁은 골목길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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