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풀들을 잃어버리고 설렘도 줄었지만 나는 여전히 오전의 커피를 즐기기 위해 늘 앉던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습관처럼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가 황량해진 땅을 보자 실망감에 괜히 커피만 홀짝였다. 익숙하게 바라보던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내 마음과 달리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르기만 했다. 황량한 땅 위에서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새들이 눈에 띄었다. ‘너희들 언제부터 있었던 거니…’
새들은 풀들이 사라진 자리를 마치 새로운 세상처럼 탐색하고 있었다. 새들의 날갯짓은 유유자적하면서도 분명한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묘한 위안과 동질감을 느꼈다. 황량함 속에서도 여전히 삶은 이어지고, 그 자리를 채우려는 생명체들의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날갯짓과는 달리 고독해 보였다, 나의 마음과 많이도 닮아 있었다.
내가 늘 보던 초록의 풍경은 내 삶의 익숙한 안정감과 같았다. 그 안정감이 사라지고 난 후의 허전함은 마치 예상치 못한 삶의 공백처럼 느껴졌다. 새들을 바라보며 깨닫는다. 빈자리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무대와도 같다는 것을. 황량한 땅 위에서 원을 그리며 춤추는 새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 공간을 채워가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 ‘이제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할 때’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새들의 무리 지어 나는 모습은 조화와 연대를 상징하는 동시에, 그 안에 자리한 각자의 고유함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의 비행은 단순한 날갯짓이 아니라 삶의 의지를 담은 움직임이었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익숙했던 풍경이 사라졌다고 내 삶이 공허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자리를 새롭게 채워가는 것이 내 몫이라는 사실을, 새들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익숙함의 부재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황량함 속에서도 아름다운 원을 그리는 새들처럼, 나의 마음도 새로운 선을 그리며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