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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짧아서 받은 오해, 섭섭했쥬?

- 능력 있고 얼굴 귀여운 뱁새의 본명은 붉은머리오목눈이

by 김수정

새를 보는 일은 매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작은 새는 모두 ‘참새’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주변에 사는 작은 새들이 참새 말고도 아주 다양했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것이 ‘뱁새’였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을 수없이 보고 듣고 써먹었지만, 뱁새와 황새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속담에 나올 정도의 새라면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였을 텐데, 그 속담을 쓰면서 한 번도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했던 적이 없었고 그냥 막연히 작은 새인가보다 여겼다.


쌍안경과 조류도감을 사고 새를 보러 다니면서 속담의 주인공인 뱁새와 황새를 만났다. 뱁새와 황새의 처지는 극과 극이었다. 뱁새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되었다가 복원사업으로 돌아온 귀한 주인공이 되었다.


실제로 뱁새는 키가 작은 나무나 덤불이 우거진 곳, 갈대밭에서 여러 마리가 재잘거리며 우르르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새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새이다. 덤불 사이를 슝슝 요리조리 잽싸게 날아다니는 새라 크기도 손바닥에 쏙 들어갈 만큼 작다. 그러니 당연히 숏다리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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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황새는 옛날 사람들이 큰 새라는 의미로 ‘한새’라고 부를 정도로 키가 큰 새이다. 지금은 멸종되었다가 복원된 개체들을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전국적으로 번식하는 텃새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 중 가장 키가 큰 새는 두루미인데 겨울 철새이고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어서 아마도 속담 속 롱다리의 주인공이 두루미가 아닌 황새가 되었나 보다.

황새는 실제로 보면 큰 키에 매서운 눈매, 두껍고 긴 까만색 부리가 30cm 정도나 되는 외모에 압도당할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새이다.

“와~ 저 부리에 찍히면 최소 사망이겠다.”

내가 황새를 처음 봤을 때 내뱉었던 말이다.

키가 크니 다리 또한 얼마나 롱다리겠는가. 그런 황새를 뱁새가 따라가려 하면 당연히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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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와 황새의 실제 모습을 보니 그 속담이 더 이해됐다.


하지만 능력 없고 분수도 모르는 속담 속 부정적인 이미지는 뱁새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다. 작은 부리로 지푸라기를 물어와 야무지게 한땀 한땀 정성스레 엮고 거미줄을 걷어와 단단히 고정해 지은 작은 둥지에서 몰골이 부스스해지도록 열심히 새끼를 키워내는데. 심지어 둥지에 탁란한, 밥 달라고 벌린 입에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자기보다 몇 배나 큰 뻐꾸기 새끼도 열심히 잡아 날라 먹여 키워내는 바지런 쟁이라 ‘작은 고추가 더 맵다’라는 속담에 더 잘 어울리는데.


저 부리로 뭘 먹을 수 있을까 싶은 하찮고 작고 뭉툭한 부리, 얼굴에 오목하게 콕 박힌 까만 구슬같이 땡그란 눈, 연갈색 깃털에 정수리가 적갈색인 귀엽고 앙증맞은 뱁새의 본명은 ‘붉은머리오목눈이’이다.


“우왕~ 귀여워~ 데려다 키우고 싶다.”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실제로 본다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


집주변 작은 나무들 사이, 습지의 갈대 사이사이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재잘대는 작은 새들을 유심히 보면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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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오목눈이처럼 흔하게 볼 수 없지만 귀여움이 붉은머리오목눈이 버금가는 깜찍이 ‘흰머리오목눈이’도 있다. 하얀 솜뭉치 같은 얼굴에 노란색 아이섀도를 한 까만색 눈을 가진 흰머리오목눈이.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흰머리오목눈이 사진은 내가 쌍안경을 구입하고 탐조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렇게 예쁜 새를 집에서 키울 수는 없으니 보러 가야지’ 하는 맘으로 새를 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흰머리오목눈이는 아직 실제로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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