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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 조심! 봄날 산에 간다면

- 노루귀에 대한 이토록 긴 오해

by 김수정

일반 가정집에 컴퓨터가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뭐든지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박자 느리게 시작하는 나는 컴퓨터를 장만하고 도토리를 주고받던 ‘싸이월드’도 유행이 한참 지나 뒤늦게 시작했다.


열심히 다른 사람 싸이월드에 파도타기를 하다 우연히 진분홍색의 예쁜 꽃 사진이 맘에 들어서 사진을 퍼왔다. 그 당시엔 온라인에서 저작권이나 초상권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때여서 다른 사람 글을 보다가 맘에 드는 사진이나 글을 퍼 나를 수 있었다.


퍼온 사진은 ‘백 년에 한 번 피는 대나무꽃’


“아~ 대나무꽃이 이렇게 생겼구나.”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뒤란에는 대나무밭이 있었지만 꽃이 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우니까 내가 못 봤나보다 생각했다.


나는 그 사진을 내 미니홈피에 퍼 나른 뒤 싸이월드를 그만두고 카카오스토리에 이어 페이스북으로 갈아탄 후에도 한참을 잊고 있었다.


봄기운이 올라 산에 들에 꽃이 한창일 때 야생화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친구를 따라 ‘노루귀’라는 야생화를 보러 갔다.


땅에 쌓인 낙엽을 비집고 10cm 남짓 쏘옥 올라온 꽃대는 보송보송 솜털이 있었다. 끝이 둥근 꽃잎처럼 보이는 6장~11장 정도의 꽃받침 안에 암술, 수술이 모여 있는 오십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꽃이 꽃대 끝에 피어있었다. 꽃은 주로 흰색이나 연분홍색이고 간혹 색이 좀 진한 분홍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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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노루귀를 도감에서만 보았다.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산에서 노루귀를 봤을 때 보물을 찾은 것마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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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있는 모양이나 색깔이 예쁜 노루귀를 골라서 어떤 방향에서 찍으면 사진이 더 예쁘게 찍힐까, 어느 높이에서 찍으면 좋을까 생각하며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중 내 발에 밟힌 노루귀꽃을 보았다.


“앗! 미안하다. 내가 이쁜 사진에 욕심부리다 널 못 봤구나.”


사진 모델로 선택받지 못한 노루귀나 이제 막 틔운 새싹과 다른 작은 풀꽃들도 주변에 많다는 걸 깨닫고 아차 싶었다.


겨우내 낙엽에 덮인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따듯한 봄기운에 힘들게 올라온 여리디여린 생명이 예쁜 사진 욕심에 생각 없이 내디딘 내 발에 밟혀 죽는 건 한순간이었다.


발밑을 조심해야지. 까치발로 조심조심 다니며 예쁜 노루귀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서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떠오르는 싸이월드 대나무꽃. 그 꽃이 바로 노루귀였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나의 무지로 인한 쪽팔림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굳이 변명하자면 싸이월드에서 사진을 퍼오던 그 당시엔 내가 노루귀라는 식물의 이름도 몰랐을뿐더러 지금처럼 사진만 넣으면 무슨 꽃인지 자동 검색해서 알려주는 스마트한 애플리케이션 같은 게 없던 때라서.


대나무꽃을 검색이라도 해 볼걸. 아니, 대나무꽃이 맞는지 한 번쯤 의심이라도 해봤어야 했다. 생각 없이 사진을 퍼온 행동이 후회스러웠다. 의심 없이 받아들인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는 바람에 그 당시 내 미니홈피에 들어와서 그 사진을 본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겠다 싶으니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노루귀는 꽃이 지고 나서 잎이 나온다. 뿌리에서 나온 긴 잎자루 끝에 달걀모양의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이 달리는데 잎자루와 뒷면에 솜털이 많이 있다. 솜털이 난 잎이 처음 나올 때 말려서 나오는데 그 모양이 노루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노루귀의 꽃 색은 흰색, 연분홍색, 진분홍색, 청보라색 등 다양하다. 지금은 꽃이 없이 잎만 봐도 알아볼 수 있는 노루귀에게 그때의 내 무지함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공원이나 관광지에 가보면 공공기관에서 세운 안내판에도 사실 확인 없이 제작되어 잘못된 정보들이 종종 발견된다. 손에 들린 휴대폰에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스마트한 시대에도 잘못된 정보들은 무지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에 의해 퍼진다.


봄날에 만난 노루귀는 나의 무지함을 인지하게 하고 정보의 중요성을 알게 했으며 봄날의 산행엔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했다.


대나무는 여러해살이 늘푸른나무로 주로 땅속줄기로 번식하며 여러 그루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나무숲은 한뿌리에 연결된 몇 개체인 경우가 많다. 일반 식물처럼 매년 꽃이 피지 않고 종류와 환경에 따라 주기가 다른데 주기가 100년 넘게 긴 것도 있을 정도로 꽃이 자주 피지 않아 흔하게 보기 어렵다. 벼과 식물로 이삭 같은 형태로 꽃을 피우며 보통 꽃이 필 때 같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에서는 동시에 꽃이 핀다. 꽃을 피우기 위해 땅속줄기의 양분이 많이 소모되어 보통 꽃이 피고 난 후 대나무가 집단으로 죽는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땅속줄기로 번식할 수 있으므로 굳이 많은 에너지를 쏟아 꽃을 피울 이유가 없으나 꽃을 피우는 이유를 유전자 다양성을 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대나무는 여러해살이 늘푸른나무로 주로 땅속줄기로 번식하며 여러 그루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나무숲은 한뿌리에 연결된 몇 개체인 경우가 많다. 일반 식물처럼 매년 꽃이 피지 않고 종류와 환경에 따라 주기가 다른데 주기가 100년 넘게 긴 것도 있을 정도로 꽃이 자주 피지 않아 흔하게 보기 어렵다. 벼과 식물로 이삭 같은 형태로 꽃을 피우며 보통 꽃이 필 때 같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에서는 동시에 꽃이 핀다. 꽃을 피우기 위해 땅속줄기의 양분이 많이 소모되어 보통 꽃이 피고 난 후 대나무가 집단으로 죽는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땅속줄기로 번식할 수 있으므로 굳이 많은 에너지를 쏟아 꽃을 피울 이유가 없으나 꽃을 피우는 이유를 유전자 다양성을 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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