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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기다려야 보인다. 네가 그랬다.

- 멸종위기 야생생물 금개구리 발견기

by 김수정

나는 십 년째 당산생태공원에서 진행하는 ‘논배미 시민학교’라는 생태체험 교육프로그램의 전담 강사다.


논배미 시민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할 당시 시에서는 어떤 기획안도 없이 그냥 생태공원에서 운영할 수 있는 체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라는 제안만 했다. 참여대상도 운영 시기나 방식도 정해진 것 없이 무작정 당산생태공원을 돌며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생태조사를 시작했다.


2009년 ‘생태기후해설사 양성과정’으로 생태환경교육에 발을 들였다. 해설사를 시작한 연차에 비해 활동 기회가 적어 간단한 체험 위주의 교육만 어쩌다 한두 번 진행해본 나의 생태 지식은 아주 얄팍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다시 공부해야 했다.


몰라서 가장 곤란한 건 ‘금개구리’였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가시연과 금개구리 서식지라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라 프로그램의 주 소재가 되어야 하는데 금개구리를 실물로 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열심히 사진을 찾아보긴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때 잡아서 가지고 놀던 개구리가 금개구리였는지 참개구리였는지도 기억 안 나고 사진 자료로 찾아본 금개구리의 실제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도 없이 무작정 금개구리를 찾아보겠다고 저수지를 돌고 또 돌았다.

금개구리 찾아 삼만리를 하는 동안 여름이 지나고 가을도 지나서 개구리를 볼 수 없는 겨울이 되었다. 결국 금개구리를 찾지 못한 채. 어찌어찌 시범 프로그램으로 겨울 프로그램을 두어 번 진행하고 그해 논배미 시민학교는 끝이 났다.


다음 해, 제대로 계절별 프로그램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봄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당장 금개구리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생태공원 모니터링에 돌입했다. 매번 돌던 코스로 돌다가 ‘오늘도 못 찾는구나!’ 거의 포기하고 한 번도 안 가본 저수지 제방 아래 수로로 내려가 보았다.


수로에는 군데군데 진흙이 쌓여있기도 하고 수초가 자라기도 했다. 넓은 저수지를 그렇게 돌면서 찾았는데도 안보인 금개구리가 시멘트로 포장된 좁은 수로에 있겠냐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수로를 따라 걸었다.


물달팽이가 보였다. 실잠자리도 날아다녔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다. 날이 참 좋았다.


“ 에휴~ 멸종위기종이라는데 그렇게 흔하게 보이겠어? 오늘도 허탕이네~ ”


그때 보이는 개구리. 등에 보이는 선명한 금색 융기선 두 줄.

DSC06911.JPG


“ 와우~~심 봤다~~~”


청개구리만큼 작은, 아니 그것보다도 더 작은 개구리가 보였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고 여러 마리가.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된 지 얼마 안 된 어린 금개구리가 수로의 수초 위에 떡하니 앉아있었다.


1년을 걸려 금개구리를 찾은 이 기쁨을 누구와 함께 나눌까?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흥분해서 논배미 시민학교를 함께 진행해주시는 선생님께 전화했다.


“ 쌤~~ 금개구리 찾았어요~~ 저수지 아래 수로 있잖아요~? 거기에 있더라고요~ 다음부터는 아이들 데리고 여기로 와야겠어요~”


그날 이후 생태공원에서 금개구리가 너무나 잘 보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보겠다고 찾아다닐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한번 본 후로는 작아도, 보호색을 띠고 있어도 그렇게 잘 보일 수가 없었다. 옛말에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아이들한테 금개구리에 대해 해설할 때도 실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덩달아 내 자신감도 충천해서 목소리가 더 커졌다.


요즘 논배미 시민학교에 체험 오는 아이들에게 금개구리를 찾아 보여주면 나한테 묻는다.


“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요?”


“ 응, 선생님은 딱 보면 알아요.”



당진시 송산면 당산리에 있는 당산생태공원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금개구리와 가시연 서식지다. 겨울에 큰고니를 비롯한 많은 철새가 도래하는 곳으로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환경부에서 자연환경 보존 이용시설로 지정받아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시에서는 생태공원을 활용한 생태체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논배미 시민학교’라는 제목으로 2016년 시범 운영 이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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