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찾겠다 꾀꼬리’에 대하여
산에는 하얀 아까시나무꽃이 주렁주렁 피어 향기가 한창이다. 마른 논에 물 대기가 시작되고 모내기를 할 무렵이면 밤낮으로 다양한 새소리가 들린다.
이 시기에 들리는 새소리의 주인공은 번식을 위해 먼 거리를 날아와 짝을 찾는 여름 철새들이 대부분이다. 노래방에서 노래 실력으로 자신을 어필하려는 남성들처럼 암컷을 유혹하여 짝을 찾기 위한 수컷들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래를 부른다.
뻐꾹~뻐꾹~뻐꾹~
객객객객~
소쩍~소쩍~
붱붱~붱붱~
히히~호호~히히~호호~
어떤 새소리는 흉내 내기 쉽지만 사람 소리나 글자로 표현하는 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람들도 발라드나 트로트, 힙합 등 다양한 장르 중 한 가지 장르에만 특화된 사람도 있고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새 중에서도 다양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새들이 있다. 단음으로 소리를 내거나 같은 소리를 반복해 내는 새소리는 그나마 흉내 내기 쉬운 편이지만 여러 음으로 예쁘게 우는 새소리는 흉내 내기 어렵다.
뾰~ 뽀로롱~ 뾰~ 뾰로롱~
산책 중에 제법 가까이 굉장히 맑고 청아한 새소리가 들렸다. 어떤 새가 이렇게 예쁜 소리로 노래하나 싶어 소리가 들리는 쪽을 한참 동안 유심히 지켜보아도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소리를 따라 가보면 분명히 아주 가까이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아무리 찾아도 새가 보이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는 나무 바로 아래서 목을 한껏 뒤로 젖히고 나무 위를 뚫어져라 올려다 보았다. 아까시나무였다. 아무리 열심히 찾아봐도 무성하게 자란 잎과 흐드러지게 핀 꽃만 보였다. 목이 떨어지게 아파 더 찾기를 포기하고 나무 아래서 걸어 나오면서 못내 아쉬워 돌아보았다.
‘분명히 저기 있는데.’ 생각하면서.
이젠 못 찾겠지 생각하고 방심하는 사이 쓱 하고 샛노란 색의 새가 날아갔다.
그 청아한 소리의 주인공은 꾀꼬리였다.
“꾀꼬리는 꾀꼴꾀꼴 우는 거 아니었어?”
뻐꾸기는 ‘뻐꾹 뻐꾹’, 꿩은 ‘꿩꿩’, 노래하듯 꾀꼬리는 당연히 ‘꾀꼴꾀꼴’ 노래할 거로 생각했다.
‘아니 저렇게 샛노란 색이 왜 안 보이는 거지?’
그 순간 생각나는 어렸을 때 숨바꼭질하다가 더 찾기 어려우면 외쳤던 말.
“못 찾겠다 꾀꼬리~”
그 소리를 외치면 분명히 내가 찾아본 곳인데 그쪽에서 숨어있던 친구가 쪼르르 나왔다.
꾀꼬리는 소리가 들려서 찾으려면 안 보여도 우연히 날아가는 건 엄청 눈에 잘 띈다.
‘아~ 그래서?’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외쳤는데 왜 그렇게 외쳤을까 꾀꼬리를 찾아보다 이해가 되었다.
정말 잎이 무성한 시기에 나무에 앉아있는 꾀꼬리는 어떤 색보다도 눈에 잘 띄는 샛노란 색이어도 생각보다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렇게 외쳤을까?
뽀비뵤~뽀비뵤~뽀비뵤~
뾰뾰~ 삐용~~뾰뾰~삐용~~
피융~~ 피융~~
삐리리 뿅~ 삐리리~뿅~
뾰~ 뽀로롱~ 뾰~ 뾰로롱~
꾀꼬리는 다양한 소리로 노래한다. 목소리가 좋은 사람에게 꾀꼬리 같은 목소리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꾀꼬리 노랫소리는 맑고 청아하다.
요즘 짝을 찾는 꾀꼬리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멀리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꾀꼬리 한 쌍이 보였다. 고구려 유리명왕 ‘황조가’의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대목처럼 꾀꼬리는 일부일처제로 암수가 함께 새끼를 키운다. 어떤 경우 작년에 태어난 일년생 새끼가 동생들을 돌보는 헬퍼(helper)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함께 날아가는 걸 보면 숲 어디쯤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둥지를 마련하고 아무도 안 보이게 꼭꼭 숨어서 알을 낳아 함께 새끼를 키울 예정인가 보다.
새소리는 위험신호를 알리거나 경고, 의사소통을 위한 울음소리(call)와 번식을 위해 암컷을 유혹하려는 노랫소리(song)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울음소리는 짧고 간결하며 소리가 그다지 예쁘지 않다. 번식을 위한 노랫소리가 당연히 훨씬 듣기 좋다. 물론 모든 새가 다양한 노랫소리를 내는 건 아니며 꾀꼬리처럼 다양한 소리로 노래하는 새들을 명금류(鳴禽類)라고 한다.